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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Apr 30. 2023

한 때는 벚꽃이었던 그 시절

인생은 알 수 없어요

 벚꽃, 분홍빛이 만개해서 봄을 만끽하게 합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아름다운 모습에 괜스레 설레기도 합니다. 사랑스러운 분홍의 향연으로 온 거리를 물들이며 흩날립니다. 연인, 친구, 가족들이 그 모습을 담기 위해 거리를 채웁니다.

 4월 초, 벚꽃으로 물들었던 그 거리를 오늘도 걸어갑니다. 문득, 푸르른 잎을 보고, 며칠 전에는 분홍빛 가득한 벚꽃길이었다는 걸 떠올려 봅니다. 아마 벚꽃길을 거닐지 않았다면, 지금 보이는 푸른 잎의 나무들이 벚나무라는 걸 모르고 지나쳤을 것입니다.

 벚나무 하면 활짝 핀 모습이나 흩날리는 분홍잎을 먼저 생각하게 됩니다. 나무의 형태나 잎 모양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그 생각이 들어 잠시 멈추어 서서 잎사귀를 바라보았습니다.


 오고 가며 벚꽃보다 많이 보았을 푸른 잎을 별생각 없이 지나쳤습니다. 푸른 나뭇잎을 더 오래 보았을 텐데 벚꽃 하면, 분홍 꽃잎이 먼저 생각납니다. 벚꽃을 보기 위해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가는 사람은 있지만 벚나무의 잎을 보기 위해 여행을 가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푸른 잎들은 일상과 같으며, 벚꽃은 특별한 순간들이니다. 무의식적으로 하루하루 스쳐 지나가는 푸른 잎들과 기억에 담기 위해, 사진에 남기기 위해 소중한 사람과 함께 보고자 하는 벚꽃. 사실 본질은 같습니다.


 주말 근무를 마치고 동료 한 명과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게 되었습니다. 평소 업무적인 이야기 외에 하지 않던 터라 함께 있는 순간이 어색하고 빨리 1층에 도착하기만 바랐습니다.


 엘리베이터의 숫자만 보고 있던 그때, 동료가 먼저 말을 건넸습니다. 업무 이야기였지만, 오늘도 힘들었고 서로 고생했다는 말이었습니다. 작별 인사를 하려고 보니 같은 방향이어서 함께 걸었습니다. 갑자기 인사를 하고 각자 걷기도 그렇고 엘리베이터에서는 그가 먼저 말을 건네었기에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평일에도 일하고 있는 걸로 아는데, 주말에도 일하면 안 힘드세요? 언제 쉬어요? “

 “힘들죠. 그래도 수습해야 할 것이 있어서요.”

 “아, 무슨 수습이요?”

 “사업을 하다가 망해서요.”

 “아, 그러셨군요. (괜한 걸 물었다는 생각이 들어 민망해졌습니다.) 그런데 남자라면 남 밑에서 계속 일하는 것보다 자기 일하고 싶잖아요. 저는 그럴 용기나 능력이 없어서 시도하셨다는 것이 부러운데요.”

 “사업이라는 것이 한 치 앞을 알 수가 없더라고요. 처음에는 정말 잘 되었어요. 유통 쪽에서 MD업무를 하다가 나와서 제 사업을 했어요. 공기업 다니던 친구들도 있고, 직장 인맥을 동원해서 잘되었어요. 그런데 한 순간이더라고요. 외부 환경은 제 힘으로는 어쩔 수가 없어서요. 20억 규모의 수출 계약도 진행했었는데 국제 분위기가 안 좋아지면서 수포가 되었어요. “

 ”외부 환경은 어쩔 수 없다는 말은 정말 동감해요. 저도 상담사를 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도 못했어요. “

 “원래는 무슨 일 하셨어요?”

 “한식 프랜차이즈에서 점장하고 있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폐점하면서 이직했어요.”


 잠깐의 동행이었지만, 사적인 이야기를 하니 왠지 친밀감이 들었습니다. 저는 그의 잎사귀만 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잠깐의 이야기를 통해 그의 벚꽃을 보았습니다.


화양연화(花樣年華)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


 사람의 인생은 정말 알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상담사를 하고 있지만 장래 희망이 상담사는 아니었습니다. 저도 가족들도 제가 상담사를 할 거라고 생각한 적 없습니다. 몇 년 후에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럼에도 저는 여전히 글을 쓰고 있을 것이고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하고 있을 것입니다. 벚나무가 매년 화려한 벚꽃을 피듯, 저의 벚꽃 또한 화려하게 필 거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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