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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May 07. 2023

일기와 에세이

일기는 나만, 에세이는 너도

 저는 브런치에 주로 에세이를 적습니다. 에세이는 누구나 편하게 쓸 수 있는 글짓기입니다. 일상을 기록한다는 점에서 일기와 에세이는 별다른 차이가 없습니다.


어떤 작가 분의 글을 보고 답글을 보던 중 왜 일기를 올리냐고 쓰여 있었던 독자의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 글을 보고 제 글의 답글도 아닌데 내심 뜨끔했습니다. 상업성이 있는 글을 적는 것이 아니라 글의 주제 등은 작가의 자유이지만, 글을 보는 입장에서는 일상의 자질구레한 이야기를 적었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일기와 에세이의 사전적인 의미도 있겠지만, 시간을

들여 찾아보진 않겠습니다. 단지 개인적인 생각을 옮겨봅니다.

 일기는 작가도 독자도 “나”입니다. 오직 “나”를 위해 씁니다. 형식도 문체도 관계없이 한 줄의 일상 기록일 때도 있고, 그날의 감정을 그림이나 이모티콘으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자신의 일기를 누군가 본다면 비밀을 들킨 것처럼 부끄러움과 민망함으로 가득하고 자신의 허락도 없이 본

것에 화가 날지도 모릅니다. <나 혼자 산다>에 우도환 배우가 금고에 일기를 모아 놓고 죽기 전에 꼭 모두 태우고 죽겠다는 말을 하는 것이 대표적인 일기에 대한 우리의 태도일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한편 에세이의 작가는 “나”지만 독자는 “너”입니다. 타인이 읽을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쓰기 때문에 문체는 작가마다 다를 수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이야기나 비밀, 자신의 잘못 등을 다루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사건이나 감정 등이 여러 차례 정제된 상태로 작가의 시점에서 적게 됩니다.


 브런치에서 글을 올리며, 브런치가 더 일찍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공백은 있지만 고등학생 이후로 일기를 꾸준히 쓴 편이라 짐 정리를 할 때 사라져서 다시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첫 일기장은 중학생이 되어 처음 제 돈으로 산 다이어리였습니다. 그 시절의 가장 좋아했던 S.E.S와 H.O.T의 사진과 스티커로 도배되었고, 노래 가사들과 함께 간간히 적었던 글들이 떠오릅니다.


 두 번째 일기장은 남들이 볼 수 없도록 자물쇠가 달린 책처럼 생긴 것으로 선물 받은 것이었습니다. 선물에는 일기장의 이름은 “체리쉬”라며 소중히 여겨 달라는 편지와 함께 받았고 질풍노도 시기의 희로애락의 감정들을 여과 없이 적었습니다. 아마, 지금 그 일기를 본다면 낯부끄러울 것 같지만, 없어져서 못 본다는 것이 아쉽습니다.


 그 이후 일기장은 대학생 때 받은 다이어리, 군대에서 받은 훈련용 수첩, 직장에서 받은 다이어리 등입니다. 요즘은 며칠 전에 있었던 일도 잘 기억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면 전에 적었던 글을 다시 보며, 이 때는. 이런 일이 있었고, 이런 감정을 가졌었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학교, 집, 학교, 집에서 회사, 집, 회사, 집이라는 쳇바퀴 같은 삶을 살고 있다며 반복적인 일상이라며 전환점을 꿈꾸었던 그 시절도 소중한 시간들을 살아왔다는 것을 돌아보게 됩니다. 특히 군대에서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길 바랐는데 그 시절의 기록들을 보니, 그 시절 보람 있게 살았고 열심히 살았네 하는 생각과 함께 제대 후에 모이기만 하면 군대 이야기를 했었지 하고 웃음이 나옵니다.


 오늘도 저의 살아가며 느낀 이야기를 글로 옮깁니다. 왜 일기를 쓰냐고 답글을 적어주신다면 일기의 독자는 오로지 “나”이며, 당신이 읽고 있는. 이 글은 에세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오늘도 저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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