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이랑 May 14. 2023

미용실 선택 기준은?

아내를 위해 머리합니다.

 산책을 하던 중 아내가 말을 건넵니다.

 “쉬는 날은 면도 안 하기로 한 거야? 마스크 쓴다고 안 한 건 이해하는데, 이제 마스크도 안 하니 깔끔하게 해야지.”

 “면도를 매일 하는 건 피부에 안 좋아. 2~3일에 한 번해야 피부도 쉬지.”

 “자기는 하루 이틀만 안 해도 산적처럼 되니 그렇지. “

 “이제 나이 들어서 남성 호르몬이 덜 나오는지 예전처럼 잘 자라진 않는다며? “

 “그 말만 잘 듣는 거야? 면도 깔끔하게 하라는 말은 안 듣고? “

 “선택적으로 듣고 싶은 말만 잘 듣는 거지. 나중에 은퇴하면 머리도 기를 건데. 나중에 묶고 다닐 거야.”

 “그냥 수염을 길러. 머리는 깔끔하게 하고. “


 외모에 크게 관심이 없는 저의 미용실 선택 기준은 아내의 마음에 드는가입니다. 이사를 하게 되면 그 지역 미용실을 다 돌아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내도 같은 미용실을 이용하는데, 제가 시험대상이 됩니다. 아내의 선택 기준은 단정하게 자르는지, 말은 상냥하게 하는지, 사담을 많이 하진 않는지입니다.

 

 미용실에 가면 고객을 편하게 해 주기 위해 머리를 하며, 말을 걸어오는 디자이너들이 많습니다. 아내도 저도 상담업무를 하고 있는 터라 평소에도 말을 하는 것이 직업입니다. 머리를 하러 간 것이지 친목을 하러 간 것은 아니라 사담을 나누진 않습니다. 머리 관련해서 마음에 드는지 대화를 나누는 정도입니다. 아내의 기준을 통과하면 단골이 됩니다.


 미용실 유목민을 끝내고 나면, 항상 같은 스타일로 자르고 변화는 거의 없습니다. 가끔 아내가 펌도 권유했지만 관리하기만 번거롭다고 생각합니다.

초등학생 때 이용했던 미용실, 그 자리 그대로 같은 모습에 놀람

 어렸을 때, 동네에 미용실이 없었습니다. 머리를 하려면 30분은 걸어 나가야 했습니다. 혼자 가긴 심심하니 남동생과 동네 또래들과 함께 갔습니다. 한 명당 30분 정도 걸렸고, 5~6명이 함께 갔으니 2~3시간은 걸립니다. 미용실에 구비되어 있는 만화책을 보다가 돌아옵니다. 한 미용실을 이용했던 동네 꼬마들은 머리 모양이 다 똑같습니다. 뒷모습이 마치 도토리들 같았습니다.


 당시 미용실을 가는 일은 연중행사였습니다. 어머니께서 동생 데리고 머리 하러 가라고 하면 가기 귀찮아서 그냥 기르고 싶다고 생각하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머리를 하다가, 가위가 깊어서 귀가 살짝 베였습니다. 원장님은 미안해하며 비용을 받지 않았습니다. 아픈 마음보다 용돈이 생겼다며 좋아했습니다. 용돈이생긴 것은 좋았지만 다시 머리를 하러 가고 싶진 않았습니다.


 마침, 친구 어머니께서 미용을 배우며 동네에서 소일거리로 꼬마들 머리를 3천 원씩 받고 해 주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실전은 처음이었던 분이라 한 시간 가까이 자르고, 또 자르고 다시 보고 자르기를 반복했습니다. 초보에게 머리를 맡기었으니 머리 모양이 좌, 우 균형이 다른 일도 허다했습니다.


 당시에도 외모에 관심이 없었고 편한 것을 제일로 여겼기에 머리 모양이 어떻든, 남이 어떻게 생각하든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중, 고등학생 때 스포츠머리, 대학생 때 잠시 자유를 누리다가 군대 가서 다시 스포츠머리를 겪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저렴한 남성 전문 미용실에서도 머리를 했고, 원하는 스타일이 없어서 미용실에서 해주는 대로 하고 다녔습니다. 지금은 아내가 선택해 준 미용실을 다닙니다. 오늘도 머리를 하고 아내에게 예쁘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아내가 알면 어이없어 하겠지만 제 머리는 아내를 위해 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일기와 에세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