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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Jul 21. 2023

그들에게 찬란한 여름이길

아침 매미의 소리를 들으며

 열대야로부터 지켜주던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열었습니다. 매미의 시원하게 우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맴맴맴”


 여름의 전령사인 매미의 소리를 작년에 비해 늦게 들은 듯합니다. 여름과 함께 장마가 시작되어 매미들도 그들의 노래 솜씨를 뽐내지 못했습니다. 성충으로 한 달을 사는 매미는 그 짧은 기간 안에 암컷에게 구애를 하고, 산란까지 해야 합니다.


 울고 있는 매미는 다들 아시겠지만, 수컷입니다. 자신의 우월한 DNA를 뽐내기 위해 열심히 울며, 존재를 뽐냅니다.


  “나, 여기 있어. 내 우렁차고 매력적인 목소리를 들어봐. 나의 아이를 가진다면, 그 아이도 이런 훌륭한 목소리를 가질 거야. 그러니 나를 선택해 줘. “


 이런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듯합니다. 이번 여름은 유난히 장마가 길어서 매미가 울어보지도 못하고, 죽은 채 발견되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충으로 3~7년을 살다가 드디어 세상에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데, 그 긴 세월에 대해 보상받지도 못하고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더 응원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내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니, 갑자기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냐는 반응이었습니다.

 “자기야, 자기는 T잖아. 왜 매미에게 감정이입을 해. 시엘이만 바라봐.”

 “흥, 자기는 암컷이라 이거지? 불쌍한 수컷의 인생이란. 수컷들이 열심히 울고 있는데, 방금 지나가며 본 매미는 가만히 앉아있더라. 누가 내 신랑감인가 하고 경연대회 보듯 보고 있는 게 암컷인 게 분명해.”

 “동병상련 하는 거야? 난 자기랑 오래 살아서 그런가? 전혀 공감이 안되는데. T가 되나 봐. 자긴 F로 변하는 거야?”

 

 매미의 짧은 삶을 생각하며, 저의 삶을 돌아보게 됩니다. 매미처럼 존재감을 드러내진 못하지만, 저의 존재에 대해 오늘도 한 글자, 한 글자를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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