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일지(58)
“시엘이가 새벽 3시부터 깨웠어. 시엘이 6시 츄르 안 챙겼으니 츄르 좀 줘.”
“응응 졸려. 조금만 이따가.“
“이시엘, 엄마만 새벽부터 깨울 거야? 일로와 봐. 좀 안아보자.”
시엘이를 안아 올려서 토닥하던 아내가 TV를 켜기 위해 리모컨을 만지작 거립니다. 평소와 달리 켜지지 않고 인터넷 일시적 오류라는 메시지가 나옵니다.
창 밖으로 쏟아지는 비를 보고, 비가 와서 인터넷이 잠시 안되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마 전에 통신사에서 일시적인 통신 오류로 인해 보상을 해준다는 메시지도 있었기에 폭우로 인해 통신선에 문제가 있었나 보다는 생각을 하며, 시간이 지나면 복구되겠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내는 바로 조치를 시도합니다. 모뎀 및 공유기 신호를 확인하고, 현관으로 나가더니 메인 셋톱 신호를 확인하고 옵니다. 모뎀 신호가 안 돌아온다며 후면부의 연결선을 재결착합니다.
아내는 비가 온다고 TV가 안 나오는 게 말이 되냐며, 통신사에 전화를 합니다.
“자기야, 아직 9시도 안 되었어. 9시 넘어서 연락해 봐. 시간 지나면 회복되겠지. “
“무슨 소리야. 인터넷은 24시간 전화받는데. 그런데 왜 이렇게 안 받아. 통신사를 바꾸던지 해야지. “
“기다렸다가 이따 해봐. 혹시 모르니까 컴퓨터 확인하고 올게. “
컴퓨터는 정상적으로 인터넷 연결이 되었습니다. 아내는 모뎀 후면을 다시 확인했고, 저도 아내가 잘 볼 수 있도록 TV를 잠시 들었습니다.
“모뎀 전원 아답터가 빠져있네. 시엘이가 TV 뒤로 들어가서 움직이다가 빠진 모양이야.”
“그럼 통신사 문제가 아니었네. 시엘이가 자기 몸 커진 건 생각 안 하고 TV 뒤에 들어가서 그런가 봐. 범인은 이시엘이었네.”
그렇게 범인을 특정하고, TV도 정상적으로 나오고 나서야 가정의 평화가 돌아왔습니다. 오전부터 아내의 심기를 건드린 범인은 시엘이었습니다. 범인의 정체를 알아챈 아내는 기분이 풀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모든 것이 용서되는 시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