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바구니가 편한 남자
출근길에 챙겨 올 짐이 있어 장바구니에 담아왔습니다. 팀원 중 한 명이 제 어깨에 걸린 장바구니를 보고 한 마디 했습니다.
“팀장님, 남자가 창피하게 장바구니를 어깨에 메고 온 거예요?”
“네, 이거 엄청 편해요. 짐만 사무실에 빼놓으면 잘 접어서 가방에 넣으면 돼요.”
“쇼핑백에 담아서 오지. 없어 보이잖아요.”
“아, 그래요? 장 볼 때 자주 사용하는 거라 없어 보인다는 생각은 안 해봤네요. “
저의 반응에 팀원은 포기했는지 대화를 멈추고, 자신의 할 일을 했습니다. 집에 쇼핑백을 모아두었다가 가방처럼 쓰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공간만 차지한다고 생각해서 쇼핑백은 바로 버립니다. 평소 아내가 항상 장바구니를 소지하고 있어 불필요한 비닐봉지도 잘 사용하지 않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장을 보는데, 저희 집은 배달 구역이 아니라 직접 가지고 옵니다. 배달을 해주는 마트도 있지만, 도소매 식자재 마트가 더 저렴한 편이라 조금 더 멀고 직접 가지고 와야 함에도 불구하고 가고 있습니다.
주말이면 데이트할 겸 나와서 커피도 한 잔 하고 볼일은 마친 후 마지막 코스는 마트입니다. 휴지나 세제 등 생활용품은 온라인 주문을 하지만, 과일 등 식재료는 아직 눈으로 보고 사는 걸 좋아해서 꾸준히 장을 봅니다. 장을 볼 때면 설레는 기분으로 담습니다. 무엇을 살지 생각하고 가서 장을 보는데도 계산을 할 때면, 충동구매를 한 것이 있나 돌아보며 오른 물가를 체감하곤 합니다.
늘 그렇든 오른 물가에 안 오르는 건 우리 월급뿐이라며 체념하고, 장바구니 하나씩 어깨에 메고 집으로 옵니다. 장 볼 때면 꼭 사는 것이 있는데 500미리의 음료수입니다. 집으로 오는 중간에 공원이 있어 도중에 벤치에 앉아 둘이 음료수를 나누어 마시며 쉬었다가 갑니다.
음료수를 마시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합니다. 이야기를 하다가 몇 년 전 계란 가격이 폭등했을 때를 떠올렸습니다. 계란 가격이 올라 만원이 넘을 때, 미끼 상품인 계란을 사기 위해 30분 거리의 이마트를 걸어가서 다른 장 본 것은 배달시키고, 계란 두 판(당시 한 명당 한판 제한)을 깨질까 봐 들고 돌아오곤 했었습니다. 그때 아내에게 택시 탈까 하고 제안했다가 그럼 계란을 사러 여기까지 온 것이 헛수고라며 꾸지람을 듣기도 했습니다. 그것도 이제는 추억이 되었습니다.
세월이 흐르면, 지금의 장바구니를 각각 매고, 돌아오는 길에 음료를 함께 마시는 것도 추억이 되겠죠. 하지만 그때에도 아내와 함께 장을 보고, 장바구니는 들고 다닐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