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코로나
7월 말, 8월 초는 휴가 성수기입니다. 상담사의 휴가는 서로 겹치지 않도록 쓰기 때문에 경쟁이 심한 이 시기에는 쉴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9, 10월은 추석 연휴가 있으니 11월에 휴가를 보낼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사람 일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다더니, 8월 초 휴가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전날에도 전조 증상 없이 아내와 장도 보고, 산책도 하고 2만 보 이상 걸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침대에서 꼼짝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온몸이 누군가에게 맞은 근육통이 왔고, 추워서 몸이 떨렸습니다. 한 여름에 추워서 두꺼운 겨울 이불마저 꺼내서 덮었습니다.
아내는 더운 날씨에 걸어 다녀서 더위 먹은 건 아닌지 걱정하며, 얼음 수건을 이마에 올려주고, 안마기로 근육 뭉친 걸 풀어주었습니다. 혹시 코로나인가 자가키트로 테스트했는데 음성이었습니다. 안도를 하고, 몸살감기약을 챙겨 먹었습니다.
하루를 침대와 한 몸으로 보냈고, 월요일이 다가왔습니다. 월요병이 오는 아침이면 농담 삼아 아내에게 아파서 못 간다고, 직장 상사한테 연락해 달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농담이 현실이 되어 아내가 걱정하며, 쉬는 것이 어떠냐고 권했습니다.
“안색이 안 좋은데, 집에서 쉬는 게 낫지 않겠어? 지금도 식은땀 흘려.”
“주말 동안 업무가 밀려있을 거라 출근해야지. 이따가 병원 가 볼게.”
“약 기운에 괜찮다고 병원 안 가지 말고, 병원 다녀와서 알려줘.”
평소 병원을 멀리하는 저를 아내가 걱정하며 신신당부했습니다. 저도 컨디션이 엉망인지라 업무를 보다가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병원을 방문했습니다. 인후가 많이 부었다며, 음성이면 주사를 놓아주겠다고 하고 결과를 기다렸는데 양성이었습니다.
약처방을 받고, 사무실에 보고를 하고 반차를 사용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번 주에 연차 2개, 반차 1개를 사용해서 생각하지도 않게 휴가를 사용했습니다. 휴가의 뜻처럼 정말 집에서 쉬었습니다. 한 주를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게 다시 주말이 되었습니다.
다행히 아내는 이미 코로나를 걸렸다가 회복했기 때문에 따로 격리 없이 보냈습니다. 격리가 이제는 권고라 출근을 안 하기엔 눈치가 보여서 무리를 해서 출근을 했습니다. 동료들이 배려를 해줘서 고마움을 느끼긴 했으나, 식사할 때가 난감했습니다. 다른 사람한테 옮길까 봐 식당을 이용하기도 그렇고, 휴게실을 이용하기도 그렇고, 자리에서 대충 해결했습니다.
어느 상담사는 혹시 옮을까 봐 저를 보고 멀찌감치 피하기도 했습니다. 평소 소독도 과하게 하는 분이라 섭섭하진 않았지만, 차라리 쉬는 게 서로에게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격리해제는 오늘 자정 기준으로 되었는데, 차도는 있지만 증상은 여전했습니다. 주위에서 전파력은 떨어지지만 증상은 2주 정도 간다고 이야기해 줍니다.
인생에서 가장 무의미하게 보낸 일주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회복을 위해 먹고, 자고, 아프고.. 아내가 2주 동안 얼마나 아파했을지 이제 이해가 되었습니다. 크게 아파본 적 없던 저는 아내가 몸이 약해서 오래 아프다고 생각했는데, 코로나는 건강 여부와 관계없이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들었습니다. 주위에 있었지만, 남의이야기처럼 들리던 코로나를 직접 걸리니,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병이라는 걸 깨닫습니다.
무더위로 약해지는 여름, 더위 조심하시고, 건강 챙기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