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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Aug 16. 2023

사람은 추억을 먹는다

왜 그리 맛있었을까?

 아내가 웹서핑을 하다가 제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이 할인한다며, 주문하면 먹을 것인지 물어왔습니다. 평소 아이스크림을 즐겨 먹진 않습니다. 있으면, 먹고, 없으면, 안 먹는 편입니다. 아내는 아이스크림을 좋아해서 아이스크림 가게에 갈 때면 한가득 담습니다. 저는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이 있을 때만 담습니다.

 

 그 아이스크림을 좋아하게 된 계기는 군복무였습니다. 의경으로 복무했기에 다른 군인보다는 먹고 싶은 음식을 접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휴가도 한 달에 한 번 꼴로 나왔고, 방범을 하면서 사 먹기도 했습니다. 방범 중에 길거리 음식을 먹으면, 품위 유지를 위반하는 거라 기율대에(의경이나 전경이 복무 위반 시 힘든 훈련으로 헤이진 군기를 잡는 곳) 보낸다고 겁을 주었습니다. 다들 몰래 먹었고, 먹다가 기율대를 간 것은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부대 내에 있을 때에는 음식이 제한되었습니다. 의경은 경찰서 내 건물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PX가 없었고, 당시 월급은 7~8만 원(제대할 때 가까워져서 10만 원 약간 남는 돈을 받았음)이었습니다. 음식을 살 수 있는 기회는 많았지만, 집에서 손 안 벌리려면 월급 내에서 아껴 써야 했습니다. 다들 비슷한 처지라 개별적인 군것질은 제한되었습니다.


 허용되는 군것질은 아이스크림이었습니다. 부대에서 복지로 아이스크림을 대량으로 사서 200원에 판매를 했습니다. 종류는 많지 않았았고, 주로 막대 아이스크림이었습니다.


 부대 복지였지만 단체생활이었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사 먹을 수는 없었습니다. 외박 다녀온 전우가 있거나, 기분 좋은 선임이 아이스크림을 사곤 했습니다. 인원수대로 사 와서 선임들부터 기수대로 선택을 하곤 했는데, 기수가 낮을 때는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먹는 선임이 그렇게 부럽곤 했습니다. 선임들은 주로 2층에 있었기 때문에 다 먹고 난 쓰레기를 후임을 불러서 1층으로 버리는 일이 다반사였습니다. 초콜릿 아이스크림 포장지와 막대기를 받아 치우며, 처량한 신세를 다시 한번 느끼곤 했습니다.


 그 이후 외박을 나갈 때면 꼭 사 먹는 아이스크림이 되었습니다. 선임이 되어서는 권력의 상징이었던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입에 달고 살다시피 했습니다. 제대하고 나니 맛있는 음식도, 맛있는 아이스크림도 많아서 그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사 먹을 일은 점점 없어졌습니다. 부대에서 먹을 수 없었던 콘으로 된 아이스크림을 즐겨 먹었습니다. 그건 마치 군대에서 초코파이를 달고 살다가 제대하고 언제 그랬냐는 듯 잊어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아내는 초콜릿 아이스크림보다는 과일맛 아이스크림을 선호해서 초콜릿 아이스크림은 오로지 저의 것입니다. 먹고 싶어도 쉽게 먹을 수 없어 더 먹고 싶었고, 맛있었습니다. 언제든지 먹을 수 있는 지금은, 그때처럼 맛있진 않지만, 그래도 가끔씩 먹으며 청춘의 그 시절을 떠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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