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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Oct 01. 2023

그동안 고마웠어요.

S누나의 초대

 S 누나의 이직으로 사직서를 작성했습니다. 고객센터에서 4년을 다녔으니 오래 다녔습니다. 그녀를 처음 본 것은 어느 날의 아침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상담사였고 입사한 지 얼마 안 되어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출근하는데 어떤 상담사가 울고 있었습니다.


 무슨 일인지 궁금했지만, 친하지도 않은데 물어볼 순 없었습니다. 나중에 아들을 군대에 보내고, 걱정스러운 마음에 울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왕래할 일이 없어 친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제가 팀장이 되면서 질의에 대한 답변도 드리고, 민원 처리를 하면서 친해졌습니다.


 S누나는 동생이 있는데, 동생 생각이 나는지 볼 때마다 음료수나 간식거리를 챙겨주었습니다. 저도 받기만 하면 미안해서 챙겨드리면, 불편해해서 어느샌가 받는 것에 익숙해졌습니다.

출처: 누리/ S누나 프로필 사진

 S누나도 누리의 집사였기 때문에 고양이 이야기가 주된 화제가 되었습니다. 누리는 빵뎅이 콘테스트에 2등을 할 정도의 미모를 자랑하는 고양이입니다.

 

  S누나는 퇴직하기 한 달 전에 미리 이야기했기 때문에 아쉬운 마음이 컸습니다. 누나도 친하게 지내던 O누나가 먼저 퇴사한 터라 정 붙일 사람이 없어서 그동안 저에게 정이 많이 들었던 모양입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고 마지막 근무날, 점심을 같이 먹었습니다. 추석 연휴에 놀러 오라고 초대를 했습니다. 전부터 놀러 오라고 했었지만, 구체적인 날짜를 잡지 않았던 터였습니다. 30일에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습니다.

 아내와 함께 S누나의 집으로 갔습니다. 누나가 한 상 차려놓고 기다렸습니다. 아내와 누나는 처음 보는 사이라 조금은 어색해했지만, 누리도 만나고 알코올이 조금 들어가니 분위기도 좋아졌습니다. 누나의 큰 아들도 제대해서 집에 있었습니다.


 회사에서 울고 있던 첫인상을 남겨준 큰 아들을 직접 보니, 기분이 묘했습니다. 장성한 누나 아들의 인사에 제가 나이 들었다는 걸 새삼 깨달았습니다. 아들이 집에 있을 줄 알았다면 용돈이라도 준비했어야 했는데 하는 생각이 났습니다.


 아내가 빈 손으로 오기 그렇다며, 하이볼 타기 좋은 양주를 샀는데, 누나가 삼촌이 사 왔다며 아들에게 주었습니다. 누나와 아내, 그리고 저는 맥주 피처를 두 병이나 비웠습니다. 이미 배가 부른데도 누나는 하나라도 더 챙겨 주려고 했습니다. 맥주잔이 400ml나 들어가는 큰 잔이라 3잔씩 마셨으니, 1.2리터는 마셨습니다.


 낮술을 해서 그런지 알딸딸했습니다. 한숨 자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소파에서 졸린 눈을 하고 있으니, 누나는 쉬었다가 가라고 하고. 아내는 일어나자고 눈치를 보냅니다.


 아내의 말을 듣고 누나에게 인사를 하고 나옵니다. 누나는 헤어짐이 아쉬운지 산책할 겸 버스 정류장까지 마중 나왔습니다. 이직하더라도 연락 자주 하자고 연신 이야기했습니다. 그동안 정들었던 누나가 많이 생각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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