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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Jun 19. 2024

누구나 사직서를 품고 있다

단지 결단이 필요할 뿐

 오전에 팀원으로부터 문자가 왔습니다. 출근 전 문자 오는 일은 보통 안 좋은 소식입니다. 결근 또는 지각이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단, 두 줄의 퇴사 통보였습니다. 문자를 받고, 대화를 통해 퇴사 사유 및 출근 권유를 위해 전화를 했으나, 부재였습니다. 다시는 볼 일 없을 것 같은 직장에 하는 퇴사 통보 후 잠수 퇴사였습니다.


 다른 곳에 관리자까지 하던 사람인데, 2일 교육하고 하루 만에 손절을 해버린 것입니다. 새로운 곳이 아니다 싶으면 정들기 전에 그만두는 것이 상책일 수 있지만, 예의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결원이 발생하여 채용부터 교육까지 진행되려

면 시간이 소요됩니다. 한 명이 퇴사하고 3주 만에 충원되었던 터라 더 맥이 빠집니다.


 제가 다니는 고객센터는 60여 명이 다니는 곳이고, 이직률이 높기 때문에 퇴사는 매월 있는 일입니다. 7월 스케줄 조정을 위해 L양에게 메신저를 보냈습니다.

 “OO님, 혹시 7월 10일에 휴가 신청자가  2명, 연차 신청자가 3명입니다. 특별한 일이 있는 것 아니라면 다른 날짜로 변경할 수 있을까요? “

 “팀장님, 저 이번 달까지만 하고 퇴사할 거라 조정 안 하셔도 돼요.”

 “OO님, 벌써 1 년 되셨어요? 퇴사가 갑작스럽네요.”

 “아니요. 이제 9개월 차인데 너무 힘들어서요.”

 “퇴사하시고도 다시 구직하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러면 3개월 밖에 안 남았는데, 1년 채우는 게 낫지 않아요? 퇴직금이랑 연차 수당도 나오는데.. “

 “생각해 주셔서 감사해요. 그런데 당장 죽을 것 같아요. 강성 민원에 시달리니, 스트레스 때문에 잠도 잘 못 자고, 어깨도 뭉치고, 안 아픈 곳이 없어요. 이러다가 대인 기피나 공황장애가 오는 건 아닐까 걱정돼요.”

 “그러셨군요. 건강이 우선이죠. 저랑 아내도 상담 업무를 하고 있어 남 일 같지 않아 말씀드렸어요. 남은 기간 동안에도 마음 건강 관리 잘하세요. 저는 산책을 주로 하는데 한결 낫더라고요.”

 “매번 챙겨주셔서 감사해요. 기본적인 걸 여쭈어봐도 늘 친절하게 잘 알려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남은 기간도 잘하겠습니다.”


 L양은 작은 일에도 감사를 표현하고, 마음이 여린 분입니다. 자녀를 키우고 있어 맞벌이로 업무 하느라 정시 퇴근할 수 있는 상담 업무를 하게 되었습니다. 지난달에 퇴사 면담을 하고, 생각해 보기로 했는데 결국 퇴사를 결정한 모양입니다.


 하루에 두 명의 퇴사 소식을 들었습니다. 스쳐가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누군가의 퇴사에는 이제 무뎌질 법도 한데, 정이 든 사람의 퇴사는 아쉽습니다.


 사실 남 말할 때는 아닙니다. 저 또한 가슴에 퇴직서를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단지 결단을 하지 못할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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