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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Jun 07. 2024

퇴사할까? 더 다닐까?

사직서는 항상 마음에 품고 다닙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할까? VS 돈 버는 일을 해야

 할까?

 

 누구나 한 번쯤 하는 고민이 아닐까요? 저도 늘 하는 고민입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일은 선생님이었습니다.


 선생님을 하고 싶어 공주 교육대학교를 목표로 공부했던 학창 시절이 있었고, 성적을 맞춰서 대학을 가고, 직업훈련 교사를 할 수 있는 줄 알고, 모교인 한국 기술 교육대학교를 졸업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과는 졸업 여건을 충족하면, 직업훈련 교사 2급 자격증이 나오는데, 저는 경영학 전공이라 해당되지 않았습니다.


 그 후, M사에 입사하고, 점장 중에 지원할 수 있는 매니저를 양성하는 트레이너 컨설턴트가 되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습니다. W사에 입사해서도 본사의 교육 매니저가 되기 위해 노력했지만, 여성 우대였고, 퇴사할 때까지도 공석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외식업에 종사할 때, 한국어 교원 자격증을 취득을 하고, 외국인 대상으로 한국어 선생님을 하고자 준비했지만, 취업을 알아보니 경력이 필요하고, 경력은 대부분 봉사활동으로 채우는 환경이었습니다.


 상담사가 돼서도 한 때는 교육팀장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고객센터의 특성상 여성 우대입니다.

현재는 상담팀장을 하고 있습니다. 상담사들을 도와주고, 피드백하는 일은 좋습니다. 하지만 민원 관련 건이 사람을 힘들게 합니다.


 상담사를 할 때에는 민원 건을 상담하더라도 전담해서 할 필요 없고, 사과 후 상급자에게 보고를 하면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상급자가 제가 되었으니, 팀원들의 상급자 요청 건을 응대해야 하니 하루에도 여러 건의 민원을 응대해야 했습니다. 이미 불만으로 격앙된 고객들도 있고, 억지 주장을 하는 고객들도 있습니다.

 낮은 급여도 상담사를 기피하는 이유 중 하나이지만, 가장 큰 이유는 자존감을 떨어뜨립니다. 상담 업무를 한지도 어느덧 5년 차가 되어가지만, 마음 건강을 유지하는 일은 어렵습니다. 상담사들에게 고객이 욕하는 것은 당신을 욕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를 욕하는 거라고 달래줍니다. 그런데 저는 누가 달래주나요? 미드를 보다가 형사들은 기억하기 싫은 사건들을 마주하면 정신 상담도 받는 모습을 보며, 상담사에게도 민원을 마주한 뒤 상담을 받을 수 있게 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와 아내는 서로 의지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결국 일은 각자의 회사에서 합니다. 민원 상담을 하면서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보다 회사의 입장에서 상대를 설득하려고 하게 되는 제 자신을 보게 되었습니다. 언성이 높아지고, 욕을 먹고, 이게 뭐하는거지 하는 회의가 이 들었습니다.

 

 제가 선생님이 되고 싶었던 이유는 누군가를 도와주면서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돈 벌기 위해 다니는 일이지만, 언쟁을 하고 있거나 마음의 여유가 없는 저를 종종 돌아보게 됩니다.

 아내가 저에게 산책 중에 물었습니다.

 “만약에 자기가 자본이 생겨서 일을 안 해도 월 천 만원씩 통장에 꽂히면 뭘 하고 싶어? “

 “일단 상담사는 절대 안 하지. 좋아하는 책 마음껏 보고, 쓰고 싶은 글 쓰거나 한국어 교사할 거야. 돈 못 번다고 포기한 거니까. “

“그럼 지금 당장은 그만두지 못하지만, 팀장은 내려오고, 마음의 여유를 갖자. 그래도 안되면 그만두고 다른 일 하면 되지. “

 “그래. 고마워. 만약에 돈이 부족하면 쿠 X라도 할게.”

 “아니야. 그만두라고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미안해. 생활비 조금 더 아끼면 돼. 무리 안 해도 돼. “


 감투를 좋아하는 저는 그렇게 팀장으로 만 2년을 채우고, 6월까지만 하고 내려오기로 했습니다. 제가 다니는 고객센터는 상담사-팀장-센터장의 구조로 되어 있어 센터장을 노리는 게 아니라면, 굳이 팀장을 유지하지 않아도 됩니다. 팀장의 직급수당은 20만 원이라 20만 원 내려놓고, 팀장이라 하던 연장 및 당직 업무에서도 해방입니다. 저에게 작은 돈은 아니지만,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감당하기엔 작은 돈입니다. 누군들 자존감을 20만 원에 팔진 않을 테니까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도 돈을 버는 사람들이 부럽습니다. 언젠가 이 글을 보며, 지금은 저도 가슴 뛰는 일을 하고 있는데, 이땐 그랬구나 하는 날이 오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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