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일지(68)
아내가 허리 통증을 이야기해서 온열찜질기를 선물했습니다. 잘 사용하던 어느 날, 아내가 화장실을 가기 위해 일어났습니다. 그 사이에 시엘이가 온열찜질기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따뜻한 곳을 어쩜 그리 잘 찾는지 온도를 보는 센서라도 있는 건지 온기를 참 좋아합니다.
아내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보았습니다. 그래서 캣타워에 온열기를 준비해 줍니다. 시엘이는 온열기 위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온기에 노곤 노곤해져서 스르르 눈이 감깁니다. 사실 캣타워로 사용하고 있는 공간도 책꽂이입니다. 창가에 있다 보니, 창 밖을 보길 좋아하는 그녀가 터를 잡았습니다.
겨울 준비로 창문 단열을 위해 뽁뽁이를 붙이려고 했는데, 아내가 반대했습니다.
“자기야, 뽁뽁이를 붙이면 시엘이가 창 밖을 못 보잖아. “
“그럼 방한 커튼으로 바꾸자, 단열을 하면 실내 온도가 2~3도가 다르대.”
방한 커튼은 동의했는데, 커튼을 바꾸지 않고 커튼은 겨울에도 열려 있습니다. 아내는 참된 집사였던 것입니다.
L군이 오랜 기간 동안 사귀다 헤어졌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L군의 근황을 이야기하는데, 아내가 물었습니다.
“그래서 고양이는 누가 키운데? “
“응? 그것까진 안 물어봤는데? “
음, 보통 연인이 헤어지면, 왜 헤어졌는지, 헤어지고 둘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하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