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 사고 조심
<검은 사제들>을 재미있게 본 아내는 <검은 수녀들>을 보고 싶어 했습니다. 그래서 아내와 함께 영화를 보기 위해 예매했습니다. 아내는 오랜만의 데이트에 기분이 좋은지 화장도 했습니다.
오늘의 데이트 코스는 9시 50분 영화를 보고, 교보문고 들려서 책 구경도 하고, 아이쇼핑을 한 다음 맛있는 갈빗집에서 갈비를 먹고 돌아오는 것이었습니다. 아내랑 지하철 역을 향해 걸어가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아내가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습니다. 길의 높낮이가 좌우로 달랐는데 중간에 발이 걸려서 넘어지는 걸 안 넘어지려고 힘을 주면서 발이 꺾인 모양이었습니다.
안 그래도 예전에 넘어지면서 왼쪽 발목 인대가 늘어나서 힐이랑 구두도 못 신고, 운동화만 신고 다니는데이번에는 오른쪽 발목이었습니다. 한동안 아파서 일어나지도 못하기에 집으로 가자고 했습니다. 설 연휴에 하필 일요일이라 정형외과가 연 곳이 없을 것 같아서 집에서 쉬고, 내일 여는 병원을 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내는 순간적으로 놀라서 그런 것 같다며, 괜찮다고 했습니다.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고, 아내와 영화를 보러 갔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 보았던 엑소시스트의 한국판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볼만했습니다. 아내도 만족스러웠는지 직장 언니에게 추천을 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오는데 아내가 발목의 통증 때문에 제대로 걷질 못했습니다.
“자기야, 잠깐만 앉아 있어. 내가 혹시 주위에 약국 열었는지 보고, 파스랑 맨소래담 사 올게.”
“아니야, 같이 가. 자기 이 쪽 지리도 잘 모르잖아.”
같이 건물 앞으로 나오다가 아내는 결국 주저앉았습니다. 아내를 잠시 앉혀놓고, 건너편 약국 표지를 향해 갔는데, 예상대로 근처의 약국은 닫았습니다. 편의점에서 뿌리는 파스와 붙이는 파스를 사서 아내에게 돌아왔습니다. 아내는 파스로 임시조치하고 이제 괜찮다고 교보문고에 가자고 했습니다.
아내는 <jesus calling>이라는 사라 영 작가의 묵상집을 샀습니다. 아내의 종교는 불교이지만, 마음에 평안을 가져다주는 글을 좋아합니다. 책을 사고 나와 아이쇼핑도 하고 갈빗집으로 향했습니다. 저는 평소 술을 거의 안 마시는데, 기분이 좋아진 아내의 흥에 소주와 맥주를 한 병씩 주문해서 함께 마셨습니다.
아내는 술도 들어가니 기분이 좋아졌는지 노래방을 가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러자고 하고, 갈비를 먹고 나왔는데 아내는 발이 아픈지 제가 부축해야 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자기야, 안 되겠다. 노래방은 다음에 가자. 지하철 역에서 택시 타고 들어가자.”
“아니야, 괜찮아. 노래방 갔다가 집에 가면 되지.”
“그럼 집에 가서 전에 했던 발목 밴드로 고정하고,
다시 나오자. “
“에이, 집에 들어가면 다시 안 나올 것 같은데.”
“아니야, 정말 걱정돼서 그래. 다시 나올게.”
아내는 역에 도착해서 내리니 도저히 안 될 것 같은지 택시 타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아이스크림 먹고 싶다고 칭얼대기 시작했습니다.
“집에 가서 배달시켜 줄게. 무리하지 말고 집에 가자.”
“아니야, 어차피 택시 타러 가는 길이니까 아이스크림 사서 들어가자.”
아내와 아이스크림을 사서 택시 타고 집에 들어왔습니다. 아내는 발목 밴드로 고정했는데도 통증이 지속되자, 뼈에 금이 가거나, 부러진 건 아닌지 걱정하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월요일에 정형외과들이 진료를 했습니다. 아내와 함께 9시 진료인데 8시 반도 안 돼서 병원에서 기다렸습니다. 엑스레이도 찍고, 반깁스를 했는데 다행히 염좌였습니다.
아내는 결국 2주 진단을 받고, 금주를 하게 되었습니다. 새해부터 뜻하지 않은 금주를 강제 실행하게 된 아내는 한 가지 낙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발목에 반깁스를 한 채 머리를 하러 갔습니다.
p.s. 12시 반에 가서 두 시간이면 되겠지 하고 14시 반에 마중 나왔는데, 1시간을 기다려도 끝났다는 연락이 오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