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일지(6)
처음 책을 읽을 때를 떠 올려 봅니다. 한 자 한 자 소리 내어 읽었습니다. 학년이 높아지며, 낭독을 하는 일은 점차 없어졌습니다. 대신 문제를 빨리 풀기 위해 속독을 하게 되었습니다.
문제를 빨리 풀기 위한 훈련으로 문제와 답안을 먼저 읽고, 그 뒤 지문에서 정답을 찾기 바쁩니다. 그렇게 속독에 익숙해지면, 책을 읽으며, 느끼는 여유와는 점점 멀어집니다.
눈으로 읽는 것에 익숙해지면, 단순히 문자를 읽는 것에 불과합니다. 글을 천천히 음미해야 생각을 하면서, 책과 대화를 나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책과 대화를 하다 보면 시대와 공간을 초월한 생각의 교류할 수 있습니다. 옛 성현들과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상상 속의 존재와도 이야기를 합니다. 감명 깊게 읽은 책은 책을 덮고서도 다시 떠올립니다.
시간이 지나서 다시 읽으면, 전에 읽었을 때와는 또 다른 대화를 나눕니다. 소설이 웹툰으로 그려지거나, 영화로 제작되는 경우에는 자신이 대화하며 느낀 이미지가 아니거나 다른 느낌에 실망하는 경우도 있고,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책에 흠뻑 빠져서 소리를 듣기도 하고, 인물이나 배경의 모습을 그리기도 하기 때문은 아닐까요?
사내 봉사활동으로 동화 낭독을 했습니다. 동화 낭독을 하기 위해 스튜디오에 모여서 녹음을 합니다. 해설을 맡은 사람도, 주인공을 맡는 사람도, 사투리로 생동감 있게 역할을 소화한 사람도 있습니다. 그렇게 연습 및 녹음을 통해 각인된 동료들의 목소리는 책을 읽기만 해도 선하게 귀에서 들리는 듯합니다. 이 또한 책을 눈으로 만 읽는 것이 아닌 소리로 듣는 경험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