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일지(7)
어렸을 때, 백일장에 몇 번 나간 적이 있습니다. 교내대회에서는 장원이었지만, 백일장에 가면 장려상이 한계였습니다. 믈론 백일장은 글 좀 쓴다는 학생들이 모여서 심사위원의 마음에 드는 글을 쓰는 것이 쉽진 않았을 것입니다.
돌이켜보면, 주어진 시간 동안 잘 써야 한다는 압박에 글을 옮기지 못하고 생각하는데 구상하는데 시간을 많이 허비했습니다. 교내 대회에서는 편한 마음으로 썼는데, 백일장에만 가면, 잘해야겠다는 압박에 글을 완성도 하지 못하거나 용두사미가 되기 일쑤였습니다.
중 2 때, 같은 반 친구와 함께 백일장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주제는 “풀”이었습니다. 친구는 풀과 장미의 대화를 시로 적었습니다. 당시에 저는 민초라는 말에 꽂혀 백성을 풀에 빗대어 글을 썼습니다. 친구가 적은 글은 제가 봐도 잘 썼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글은 그저 그랬습니다. 충분히 좋아야 하는데, 제 마음에도 들지 않았습니다.
글을 쓰다 보면, 충분히 좋은 날보다는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더 많습니다. 다른 사람의 글을 보면, 충분히 좋은데, 제 글은 그렇지 않다고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다른 사람의 재능에 대한 질투나 비교는 미루어 두고, 저만의 글을 써야지 하고 생각을 합니다. 완벽한 글은 쓸 수 없고, 충분히 좋은 글을 쓰기 어렵습니다. 충분히 좋은 글도 익숙해지다 보면 <충분히>가 떨어져 나간다는 필사글을 되새기며, 좋은 글을 쓰기 위해 우선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