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일지 10.01
“요즘 또 글 안 쓰는 것 같은데, 무슨 일 있어? “
아내는 걱정스러운 듯 물었습니다.
“아니, 필사하면서 떠 오르는 생각을 글로 옮기려고
했는데 이번에도 묘사가 주제라서 어렵네. “
MBTI의 유형 중 (E) ST(J)라 그런지 시를 쓴다거나 누군가의 감정에 공감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있는 그대로를 나열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데, 다른 사람도 느낄 수 있도록 다소 과장된 표현을 섞어 생동감 있게 말을 하거나 글을 쓰는 것은 어렵습니다.
필사를 되새기며, 묘사를 하기 위해 주제를 정하고 글을 썼다가 지웠다가 했습니다. 이미 정형화된 식상한 표현인 것 같다는 느낌이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다시 한번 묘사는 어렵다는 생각을 합니다.
길고 긴 연휴를 몇 달 전부터 기다렸는지 모릅니다. 25년 달력을 보고 이런 긴 연휴를 마음껏 쉴 수 있다니 꿈만 같은 일입니다. 8년 만에 온 10일 가까운 연휴입니다. 2017년에도 추석이 7일 연속으로 길게 다가왔지만, 당시에는 식당에서 일하던 터라 긴 연휴는 귀향하는 알바들로 인해 쉬지 못하고 바쁘게 일해야만 했습니다. 달력 위의 빨간색 향연은 소풍 전 날의 아이처럼 들뜨게 합니다. 그렇다고 특별한 계획이 있다거나 하지도 않습니다. 돌아보면 여러 날들 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
고등학생 시절, 먹는 걸 좋아하는 친구에게 물었었습니다.
“음식을 먹기 전이랑 먹을 때랑 먹은 후 중에 언제가 제일 좋아?”
“당연히 음식을 먹기 전이지. 음식을 먹기 전에는 그 음식에 대한 상상이 침 고이게 하거든. 그런데 한 입 먹으면 아는 맛이라 습관처럼 입에 넣고 씹을 뿐이야. “
“그런 것치고는 너무 전투적으로 먹는 거 아니야?”
“나한테 말 시켜놓고, 그 사이에 넌 먹고 있었잖아.”
추석 연휴가 시작되었습니다. 연휴가 되기 전의 설렘을 연휴 중에는 느낄 순 없습니다. 그래도 먹을 때가 먹은 후보다는 훨씬 좋습니다. 연휴가 끝난 후는 왠지 개콘서트 엔딩음악이 들릴 것 같습니다. 상상하기도 싫은 그날이 오지 않길 바라며, 풍성한 한가위 보내세요.
p.s 아내와 함께 이마트 트레이더스를 10시 오픈인데 9시 반에 도착했습니다. 무슨 오픈런하냐며 아내를 놀렸는데, 이미 카트의 행렬은 끝이 없었습니다. 길게 선 줄은 맛집을 방불케 했습니다. 언제나 아내는 옳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