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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것만 믿는다

필사일지 25.10.4

by 진이랑

보이지 않는 것을 믿지 못하던 저를 이해시켜 주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했던 교회 선생님이 있었습니다.

기독교는 믿음의 종교인데, 보이지 않는다고 믿지 못하는 저를 안타까워하며 과학적으로 성서적으로 설명하며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싶어 했습니다.


예를 들면 과학적으로는 공기는 보이지 않지만, 존재한다는 예시를 들었습니다. 빅뱅 이론에 대해서도 진화론에 대해서도 선생님은 알고 있는 지식을 동원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선생님도 대학생일 뿐이었고, 초등학생과 함께 하는 분반공부 시간이었는데, 늘 저를 위해 기도하고 노력했습니다.


성서적으로는 도마도 예수의 부활을 믿지 못했지만, 예수의 못자국을 만지고 나서야 믿었다는 성경 구절을 함께 읽으며, 묵상을 했습니다.


“너는 나를 본 고로 믿느냐? 보지 못하고 믿는 자들은 복되도다. “

-요한복음 20장 29절-


친구에게 타로를 배워서 대학 MT때 타로를 가져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날 4시간이 넘게 타로를 보았습니다. 재미로 보는 타로지만, 타로를 보는 사람보다 구경하던 사람들이 잘 맞는다며, 흥이 올라서 어서 자신도 보고 싶다며 열이 올랐습니다. 타로의 인기에 대학 축제 때 해보자며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언젠가 타로를 알려준 B군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는 보이지 않는 것을 믿지 않아, 다만 타로를 볼 때 상대의 표정이나 반응을 보고 그 사람이 듣고 싶어 하는 것을 캐치해서 들려줄 뿐이야. 그런데 타로라는 것이 상담의 도구가 될 수 있거든. 그 사람에 대한 심리를 읽고, 데이터화하면 좋은 타로 마스터가 될 수 있어.”


B군은 20대 후반에 타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청담에도 진출한다며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한 적도 있습니다. 지금은 연락이 소원해져 어떤지 잘 모릅니다. 당시에 타로를 하며, 고객의 데이터를 노트북으로 관리했고, 데이터는 그의 소중한 자산이었을 것입니다.


고객을 예약제로 관리하며, 고객이 오기 전에 그 사람과 상담했던 데이터를 복습하고, 어떤 이야기를 했을 때 어떤 반응을 했는지 사전에 준비를 했습니다. 그는 고객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해 줄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B군이 저에게 말했던 것은 B군에게도 해당되는 것이었습니다.


주위에 점을 보거나, 종교에 맹목적인 사람을 보면, 그들은 어떻게 보이지 않는 것을 저렇게 믿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보이는 것도 믿기 어려운 세상에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걸 이해하기 어렵단 생각을 하면서도 글을 쓸 때는 그런 부분이 부럽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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