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벗어나 자연으로

필사일지 10.26

by 진이랑

“까르르, 깔깔깔. “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퍼집니다. 태권도장에서 소풍을 온 모양입니다. 장난기 많아 보이는 남자아이 하나가 멋있게 옆돌기를 연속으로 해냅니다. 친구에게 바통 터치하듯 바라봅니다.

“내가 방금 7번 연속으로 했으니까, 이제 너희 차례야.”

친구 둘이 동시에 일어나서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돌기 시작합니다. 네 번째 돌 때쯤 서로 부딪혀서 쓰러집니다. 그렇게 웃음이 터집니다. 또래들과 함께 올라온 산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웃음꽃을 피웁니다.


아내와 함께 올라온 계양산의 육각정 앞 너른 공터에서 한 무리의 아이들이 웃으며, 놀고 있었습니다. 운동 부족인 아내와 저는 앉아서 터질 것 같은 심장을 쉬게 하며,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았습니다.


“자기야, 가장 쉬운 코스로 가고 있는 거 맞지? 왜 이렇게 힘들지.”

“박물관 코스가 가장 대중적인 코스야, 우리 앞에 사람들도 많았잖아. 저기 저 꼬마애는 아빠 손 잡고 잘만 가고 있는데.”

“나도 저 때는 잘 다녔어. 지금은 산에 올 일이 없으니 체력이 부족해. 숨을 못 쉬겠어. 무릎도 아프고.”


육각정에서 숨을 돌리고, 팔각정을 향해 걷기 시작했습니다.

“정상까지 1.3km라고 적혀있네, 조금만 힘내서 걷자.”

“아니야, 다음에 같이 갈게. 오늘은 앉아서 쉬고 있을 테니 혼자 올라갔다가 와.”


아내를 잠시 혼자 두고,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팔각정을 지나 하느재에 도착하니, 아래로 내려갔다가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코스였습니다.

산길이라 1.3km가 가깝진 않았습니다. 왕복하면 1시간 반은 넘을 것 같았습니다. 오늘만 날이 아니니 다음에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돌아섰습니다. 아내에게 팔각정까지만 함께 올라가자고 해야겠다며 내려가는데, 아내에게 메시지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혼자 산에 앉아있으려니 심심한 모양이었습니다. 서둘러 내려갔고, 손수건을 챙겨 왔는데 온몸이 땀으로 젖어서 하나로는 부족했습니다. 아내 옆에 앉아 준비해 온 물과 음료를 마셨습니다. 아내가 비탈진 곳에서 커피 플라스틱 컵을 주웠습니다.

“플라스틱은 썩지도 않는데, 이 걸 그냥 버리고 가네.”

다음에 올라올 때는 쓰레기를 주워서 올 수 있는 비닐봉지도 챙겨야겠습니다. 사실 저는 쓰레기를 주울 생각은 없었습니다. 제가 버린 것도 아니기에 굳이 주울 생각 없이 못 본 눈 했는데. 아내는 계속 신경이 쓰였나 봅니다.


팔각정에서 보는 경치가 좋아 함께 더 올라가려고 했지만, 아내는 내려가길 원했습니다. 첫날 무리하지 않기로 하고 내려왔습니다.

“옆에 아저씨가 캔 커피 따서 마시는데, 너무 마시고 싶었어. 다음에는 커피 내려서 챙겨 올까 봐.”

“내려가다 보면 카페 있어. 들렸다가 가자. 굳이 무겁게 챙겨 올 필요 뭐 있어. 하산하면서 마시면 되지.”


카페에 앉아서 오르는 길에 본 둘레길 스탬프를 어떻게 하는지 찾아보았습니다. 찾다 보니, 박물관 코스는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산의 둘레를 걷는 코스였습니다. 계양산은 13코스가 있는데, 둘레를 걷는 코스가 가장 대중적인 코스이고, 정상을 향해 육각정을 지나서 걷는 코스는 어려운 코스에 속했습니다.

“자기야, 미안해. 가장 쉬운 코스라고 했는데,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코스는 어려운 코스네. 올라가는 게 아니라 옆으로 갔어야 했네. 사람들 많이 가길래 따라간 건데. “

“괜찮아. 내 페이스 고려해서 천천히 갔잖아. 오랜만에 산도 오르고, 나무들도 예뻤어. “


계양산성 박물관으로 둘레길 스탬프북을 받으러 갔습니다. 데스크에 있는 직원 분이 2층에서 클래식 공연이 있으니 보고 가라고 알려주었습니다.

친숙한 음악도 들을 수 있고, 생각지 못한 공연을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11.8(토)에는 소년소녀합창단이 공연을 한다고 하여 이때도 다시 들려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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