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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Oct 04. 2021

퇴사 D-2

 오늘은 당직 중

 퇴사 2일을 남기고 당직 근무를 하고 있다. 처음에 퇴사를 앞둔 사람한테 당직 근무를 하라고 하다니 너무 심한 거 아닌다 하고 생각을 했다. 4일과 11일은 대체 공휴일인데 둘 중에 하루는 근무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울며 겨자 먹기로 4일을 선택했다. 6일에 마지막 근무를 하니 4일에 하는 게 나을 것 같아서였다. 연차를 소진해서 말일자로 퇴사하려면 6일까지는 근무를 해야 했다.


 당직 근무를 신청해놓고 마음을 비우고 있었는데 관리자에게 쪽지가 왔다. 6일에 퇴사를 하니 4일에 굳이 안 나와도 되니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것이었다. 이미 나오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고 어차피 퇴사를 한다고 마냥 놀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당직을 하겠다고 했다.


 타의로 당직을 하게 되었을 때는 짜증이 났었는데 자의로 하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는데 하지 말라고 하니 하고 싶었다. 청개구리 심보는 아니지만 내 마음은 그랬다. 출근길 항상 만원이던 지하철에 앉아서 왔다. 건물은 불이 꺼져있어서 출근을 하면서 불을 켰고 다른 층은 대부분 꺼져있었다.


 자리에 앉아서 대화창을 보고 있는데 어떤 분은 바로 로그아웃했다. 알고 보니 11일 출근하기로 했는데 오늘 월요일이라 별생각 없이 출근했다는 것이었다. 늦잠자도 되는 날 헛걸음을 한 사람을 보니 조금 안타까웠다. 대체 휴무 당직이라 18시까지 한다고 들었는데 점심 희망자를 모집하는 것이었다.


 8시간인데 당연히 점심시간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하고 신청을 했다. 알고 보니 오늘은 16시까지만 근무를 해서 점심시간을 가질 사람만 신청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신청했던 점심시간을 바로 포기했다. 당직은 여유 있어서 틈틈이 무언가를 먹어도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먹을만함 무언가를 사 오지 않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고객들도 대체휴무를 인지하고 있어 토요일 당직 때보다 연락이 더 드물었다. 앉아서 돈을 번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하고 생각을 하고 있다. 물론 제품에 이상이 있는 사람들은 아랑곳없이 연락해서 독촉하겠지만 사실상 오늘은 할 수 있는 업무가 거의 없다. 내일 할 수 있도록 전달하는 작업뿐이다.


 한 명은 여유 있게 책을 보고 있었다. 실질적으로 우리를 관리해주는 관리자도 같은 공간에  없이 대화창으로 관리하기 때문에 전화만 잘 받으면 무탈하게 흘러갈 것이다. 7시간 근무 중 1시간이 무난하게 흘렀다. 퇴사를 앞두고 가장 여유로운 근무일 것 같다.


 다음 구직활동을 잘해야 할 텐데 하고 걱정도 되지만 변화는 설렘을 동반한다. 어제 B사의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좋은 예감이 들지만 인생이란 불확실성 속에 결과가 나오기 전까진 모르는 일이다. 외식업에 종사하기 위해 보건증을 준비해야 하는데 보건소에서는 코로나 이후 잠정적으로 업무가 중지되었다.


 보건증 발급 비용이 2년 전만 해도 1,500원이었는데 작년에 3,000원이 되었다고 들었는데 알아보니 건강보험은 적용된다고 하지만 병의원에서 하면 20,000원, 건강협회에서는 9,000원이라고 한다. 심지어 보건증 업무를 하는 병의원에 대한 검색을 찾기 어려워 처음부터 난항이었다. 코로나로 인한 변화의 작은 부분이다.

 

 퇴사를 앞두고 있어도 당장 변하는 것은 없다. 이직을 많이 하진 않았지만 할 때마다 신경이 많이 쓰인다. 이번에는 잘 돼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을 한다. 나이가 들수록 자신감이 떨어지고 고려할 것이 많아진다. 문제는 구인하는 쪽도 구직자의 나이가 많을수록 고려하는 것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당직 근무 중에 퇴직 이후를 생각하며 글을 써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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