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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Oct 06. 2021

퇴사 당일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

 나이가 들수록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나 보다. 전문성을 가지고 있었다면 덜 했을까? 외식업에서 10년을 일했다. 처음부터 조리계열을 준비했다면 자격증도 취득했을 것이고 요리 실력도 늘었겠지만 관리업무 위주로 진행을 했다. 주방 업무도 겸해서 진행했지만 프랜차이즈 특성상 레시피에 따른 조리 업무라 내세울 만한 것이 없었다.


 어제 B사의 서류 전형 결과가 왔다. 불합격이었다. 내심 기대하고 있던 곳에서 떨어져서 아쉬웠다. 매니저를 뽑는 곳에 점장 경력으로 넣은 데다가 나이가 적지 않아서 채용이 안 되었을 거라 짐작은 한다.


 외식업의 경우 성장하고 있는 곳에 지원을 해야 채용 가능성이 높아진다. 2016년 원할머니 면접을 보았을 때 A사 면접도 보았었다. 당시 원할머니는 직영점이 14개 가맹점이 300여 개였고 매니저로 채용되는 것이었고 A사는 직영점 4개에 가맹점은 없었고 점장으로 채용이었다. 본사로 근무 전환을 생각하던 나는 원할머니로 지원했다. A사는 본사가 따로 없었다. 가족 사업이라 3명이 운영한다고 했었다.


 오늘 공고를 보다가 A사도 올라와 있어서 보았는데 A사의 직영점이 21개로 늘어있었다. 5년이 흐르며 성장한 모양이었다. 고려해서 선택을 해도 일이 잘 안 풀리면 기회비용을 돌아보게 된다. 공고를 보고 스크랩을 해두었다.


 아내는 조바심을 느끼고 있는 나에게 오늘이 마지막 근무여도 퇴사 일자는 10월 말일이니 다음 주까지는 다른 생각하지 말고 쉬고 18일부터 준비하라고 했다. 이사로 인해 경제적인 부담이 있는 상태라 내일부터 단기 근무라도 할 생각이었던 터라 아내의 배려가 고마웠다.


 생활력이 없던 것은 아니라 구직 기간이 길어진다고 해도 백수로 있진 않겠지만 이번에 첫 단추를 잘 끼워서 오래 다닐 수 있는 곳으로 이직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는 나에게 퇴사를 축하한다며 저녁에 맛있는 걸 먹자고 제안했지만 내가 시큰둥해하자 주말에 맛있는 걸 먹자고 했다. 퇴사를 축하하면 좋겠지만 퇴사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선택을 해야 하니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어쨌든 오늘은 상담사라는 직업과 결별하는 날이다.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고 오늘을 만끽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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