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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Nov 14. 2021

수육 삶다가 옛날 생각

함께 먹어야 더 맛있다

처음 요리를 시도한 것은 7살이었던  같다. 할머니 손에 자라서 할머니가 요리를 해주었지만 할머니의 몸이 불편해지면서 내가 배고플  챙겨주기 어려웠다. 당시 어머니가 조금 불편했던 나는 무엇을 해달라고 하기보다는 직접 하고자 시도했다.

 

 집에 있던 컵라면을 끓여먹을 생각이었다. 가스레인지를 사용했는데 물을 끓여서 넣는 것인 줄 모르고 컵라면(스티로품 용기)에 물을 넣고 수프를 넣은 채 불을 켰다. 순식간에 스티로품에 불이 붙으면서 물이 가스레인지로 쏟아졌다. 뒤늦게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걸 알고 가스레인지를 끄고 뒷수습을 했다.


 어머니께서는 눈치를 못 채신 건지 아니면 알고도 모른 체를 했는지 혼나지 않았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계란 프라이를 해서 먹을 생각이었다. 프라이팬을 달군 뒤, 계란을 깨뜨리지도 않은 채 팬에 올려놓았는데 인기척에 깜짝 놀라서 팬에 있던 계란을 이불속에 숨겨놓았다.


 어머니께서 출타 중이라 외할머니께서 할머니랑 둘이 있을 나를 챙겨주기 위해 들렸던 것이었는데 탄 냄새로 사고 친 것을 짐작하셨다. 계란은 결국 이불 안에서 다 터져서 나중에 어머니께 혼이 났었다. 그리고 그 일이 계기가 되어 라면 끓이는 방법을 알려주셨다.


 초등학교 2학년부터는 부모님께서 출타 중이어도 비빔밥이나 라면 등 간단한 음식을 해서 먹었다. 그 외에 요리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나중에 성인이 되어 직장을 다니기 위해 독립하면서 찌개나 닭볶음탕 같은 메뉴는 레시피를 찾아가며 따라 했다.


 지금도 요리를 잘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레시피가 있으면 조리 정도는 할 수 있다. 원할머니 보쌈에서 5년 동안 일하면서 주방 업무를 배웠고 식자재 손질이나 직원 점심을 만들었고 보쌈을 조리해서 세팅해서 고객께 제공했었다. 그리고 보쌈은 내가 자신 있어하는 메뉴 중 하나가 되었다.  


 모처럼 아내와 함께 시장에 들러 밑반찬을 샀다. 평일에 반찬을 만들어 주말에만 장사하시는 반찬 가게 사장님이 있다. 전에 먹어보고 맛있어서 또 찾았다. 사장님께서 깻잎을 팔면서 수육이랑 잘 어울린다는 말씀을 하셨다. 저녁 메뉴는 수육으로 결정을 했다.


 오랜만에 수육을 삶았다. 수육을 하는 법이 어렵진 않지만 시간이 많이 걸려서 집에서 하긴 귀찮긴 하다. 불 조절을 하면서 삶았고 뜸을 들였다. 매장에서 보쌈 삶던 옛날 생각이 났고 같이 일했던 동료들이 생각이 잠시 났다.


 아내가 차려준 밥상에 내가 삶은 수육을 올려서 함께 먹었다. 아내는 수육과 깻잎을 싸서 먹으며 연신 맛있다고 칭찬을 해주었다. 살짝 머쓱했던 나는 매일 삶아서 고객께 제공했었는데 맛있는 게 당연하지 하고 말했다. 아내의 맛있게 먹는 모습을 봐서 그런지 더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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