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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Nov 21. 2021

디아블로 2 리저렉션

“게임이 좋아? 내가 좋아?”

 11월 초 우연히 지하철에서 내 또래의 남자들이 디아블로 2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디아블로 2는 리니지와 함께 내 학창 시절을 보낸 게임 중 하나이다. 군대 가기 전에 정말 열심히 했었다. 60일인가 90일인가를 접속하지 않으면 케릭이 사라지는 제한이 있어서 제대 이후 하지 않게 된 게임이다.  

 

 

 디아블로라는 이름처럼 악마를 무찌르는 게임인데 여러 가지 직업 중 하나를 선택하여 육성하며 광활한 맵을 누비며 다양한 퀘스트를 수행하는 게임이다. 잊고 지내던 게임이었지만 게임 이름을 들으니 오랜만에 다시 하고 싶었다.  


 집에 오면서 검색을 해보니 디아블로 2 리저렉션이란 이름으로 서비스를 다시 제공하고 있었다. 예전에는 CD를 사서 했었지만 요즘엔 사이트로 구매해서 다운로드하면 되는 형태였다. 48,000원이었지만 컴퓨터 게임을 안 하고 있던 터라 아내에게 허락을 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내는 듣자마자 흔쾌히 사라고 허락을 했다. 얼마 전부터 닌텐도 링 피트 어드벤처를 살까 말까 고민을 했었다. 아내는 롯데마트 들릴 때마다 서성이는 모습을 보고 사라고 몇 번이나 이야기했었지만 사서 몇 번이나 하겠어하는 생각으로 발걸음을 돌렸었다. 링 피트는 84,000원이나 하고 해 보질 않아서 실용성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아내의 허락을 받은 나는 주말을 기다렸다가 드디어 결제를 했다. 20살 때 했었던 게임이니 벌써 20년 가까이 지난 게임이라 사양이 낮을 거라고 생각을 하고 노트북에 설치하고 실행을 했다. 고객센터로 문의하라는 메시지만 나왔다. 지웠다가 다시 설치하기를 반복했다. 다른 사람들의 글을 보니 다들 접속이 안 되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다른 거 하다가 생각날 때마다 체크를 했다.


계속 설치가 안 되어 짜증도 나고 환불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마 사양 때문에 그런지 확인할 겸 컴퓨터에 설치를 했더니 정상적으로 게임이 실행되었다. 노트북으로 침대에서 편하게 하려고 했더니 진작에 컴퓨터에 설치할 걸 하고 생각을 했다.


 예전처럼 파티를 구해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서 성장해야지 하고 로그인을 했더니 대기가 있었다. 많은 인원은 아니었지만 새롭게 출시하니 예전 기억 떠올리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가 보다. 파티를 구해서 하려고 했는데 원하는 파티를 구하기 쉽지 않았다. 그래서 옛 추억도 떠올릴 겸 혼자 천천히 지도 구석구석을 누비며 게임을 진행했다.

 

 디아블로의 처음은 역시 파이어볼과 오브를 사용하는 마법사였다. 하면서 좋은 아이템이 모이면 예전처럼 해머딘이나 자벨마, 조폭 네크 등의 다른 직업 군의 캐릭터도 육성할 것이다. 혼자 하려니 한 챕터를 끝내기도 어려웠지만 스토리르 보면서 하는 재미가 있었다.


  퀘스트를 하며 하는 게임이라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기 때문에 스스로 게임 시간이 대한 약속을 했다. 주말에만 하루 3시간 이내로 하기로 했다. 아내는 평일에도 조금씩 해도 괜찮다고 했지만 퇴근 이후의 시간은 컴퓨터 게임이 아니어도 짧은 시간이기 때문에 자제하기로 하였다.

 

 

 다음날 아침, 눈을 뜨고 부지런히 게임을 하기 위해 컴퓨터를 하기 위해 전원을 눌렀다. 시엘이가 키보드 위에 올라와서 자신과 놀아달라고 애교를 부렸다. 시엘이를 몇 분간 쓰다듬으니 자리를 비켜주었다. 그러더니 내가 앉은 의자 뒤로 들어와서 자리를 잡았다.

 

 “게임이 좋아? 내가 좋아?”

하고 질투하는 모습 같았다. 포기하고 잠시 물을 마시러 거실로 갔다. 따라 나온 시엘이를 뒤로 하고 의자에 앉아서 본격적으로 게임을 즐겼다. 감히 나를 두고 게임을 하다니 하고 시엘이가 무릎에 앉아 고롱고롱 소리를 냈다. 혼자 하고 있던 터라 잠시 멈추고 만져주다가 간식으로 유혹을 한 뒤 편하게 즐겼다.


 아내에게 허락받은 게임을 시엘이에게도 허락을 받아야만 했다. 물론 게임보다 시엘이가 좋고 게임보다 아내가 좋다. 두 분의 배려로 오늘도 재미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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