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비일상의 일상화'가 시작된 지 벌써 1년이 넘었다. 이로 인해 운동이나 공부 등의 개인적 목표를 연 초부터 의욕적으로 추진했으나, 자의반 타의반으로 작년 한 해 목표했던 활동들을 포기하게 된 사람들도 꽤 될 것이고, 되돌아보면 나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올해는작년과는 다를 것이다'며 다시금 목표를 바로 세우고 한 때나마 힘차게 추진했던 올해 였지만, 어째서인지 그 진행 양상은 작년과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아 올해도 역시 스스로에게 크게 실망하는 중이다.
한 때는 의지만 있으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는 '정신일도 하사불성(精神一到 何事不成)'을 모토로 삼고 자신에 대한 채찍질을 쉼 없이 하기도 했으나, 나이를 먹을수록 모든 것이 정신과 의지만으로는 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든다. 목표를 세우고 좌절하는 과정을 계속해서 반복하다 보니 결국 '나는 정말 무기력증에 빠진 것일까?'하는 생각에까지 이르게 되었고, 스스로에 실망하고 자책하며 '나의 무기력의 원인'을 찾아보게 되었다. 보이지 않는 원인을 탐색하는 과정은 많은 내적 성찰을 필요로 하는 지난한 과정이었고, 또한 어느 때 보다 많이 바뀐 현재의 사회상이 나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했다.
심리학자들은 재택근무의 일상화로 인한 '일과 삶의 흐려진 경계', 자본시장의 역동성으로 인한 'FOMO(Fear Of Missing Out) 증후군', 그리고 높아진 자본소득에서 파생되는 '일의 의미 상실' 등을 코로나19 이후 현대인들의 주된 무기력증의 원인으로 지목하곤 한다. 물론 이 외에도 각 개인들의 무기력증의 다양한 원인들이 있을 것이지만 그 뿌리는 결국 본인의 '내면'에 자리하고 있을 것이기에, 인정하기 싫음에도 나의 무기력증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며 이 책을 읽어나갔다. 이 책을 회사 도서관 서재를 뒤지다 찾게 되었으니,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던 이들이 적지는 않았구나 싶었다.
책의 내용보다 나의 생각을 보다 많이 풀어 놓는 것은, 모든 책이 그럴 것이지만, 이 책의 경우 특히나 독자의 현재 마음 상태에 따라 그 의미가 달리 해석될 것이라 생각하는 까닭이다. 저자는 무기력의 대부분은 '학습된 무기력'에 기인한다고 말한다. 또한 심리학에서는 무기력을 '자발적으로, 적극적으로 행하지 않는 것', '현저하게 의욕이 결여되었거나 저하된 경향'이라 정의하고 있다. 이를 통해 유추할 때 각 개인의 학습된 무기력은, 제각각의 삶의 모습을 일정 부분 반영하고 있을 것이며, 그 양태는 사람마다 모두 다를 것이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의 제목은 '문제는무기력이다'이지만, 내용의 본질은 '스스로에 대한 마음 공부'라 달리 해석할 수 있을 듯 하다. 단지 '무기력'이라는 부정적인 단어에 꽂혀, '나는 무기력한 사람이 아니야'라는 방어기제에 빠져 이 책에 대한 편견을 가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 심리학적 지식이 곁들여진, 스스로의 마음 공부를 위한 '나 자신을 위한 마음 안내서'라는 느낌으로 이 책에 접근하면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