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아이의 소풍 도시락을 준비하고 있었어요.
사과를 자르고 있었는데, 아이가 다가와 말했어요.
“엄마, 내가 자를게.”
그 한마디에 마음이 흔들렸어요.
‘그래, 해보게 해 줘야지.’
스스로 해보려는 아이의 마음이 예뻐서, 저는 잠깐 망설이다 칼을 건넸어요.
그런데 그다음 순간,
아이의 작은 손끝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어요.
“엄마… 아파~ 아파~ 피…”
시간이 멈춘 것 같았어요.
너무 놀라 손이 떨리고, 숨조차 쉬기 어려웠어요.
작은 손끝에서 흐르는 피를 보는데,
저는 눈앞이 캄캄해졌어요.
그 순간부터 머릿속을 뒤덮은 건 단 하나,
‘내가 왜 칼을 줬을까…’
라는 후회와 죄책감이었어요.
아이보다 제가 더 아팠고, 더 무너졌어요.
괜찮다고 말해도 제 마음은 괜찮지 않았어요.
병원에서는 다행히 힘줄이나 신경에 이상은 없다고 했지만,
그 말이 위로가 되지 않았어요.
아이에게 “엄마가 정말 미안해”라고 말하면서도
제 마음속에서는 수십 번, 수백 번 더 외쳤어요.
“미안해… 정말 너무 미안해… 엄마가 다 잘못했어…”
그 어떤 말도 마음속 죄책감을 다 담아내진 못했어요.
그래서 저는 그저 아이의 손을 꼭 잡아주었어요.
작은 손이 얼마나 따뜻하고 여린지,
그 안에 담긴 엄마 마음까지 느껴졌어요.
그런데,
울음을 그친 아이가 저를 보며 이렇게 말했어요.
“엄마, 손 아파 그래서 오늘은 조심조심할게”
그 말을 듣는 순간 또다시 눈물이 핑 돌았어요.
이 작은 아이는 상처 속에서도 자라고 있었어요.
아픔 속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있었어요.
오늘의 이 일은 분명히 아픈 기억이에요.
하지만 이 기억이 그저 상처로만 남지 않길 바래요.
미안함으로만 기억되기보다,
사랑으로 감싸진 순간으로 남기를 바라요.
나는 실수하는 엄마예요.
완벽하지는 않지만, 누구보다 아이를 사랑하는 엄마.
오늘 그 사랑을 다시 한번 확인했고,
그 사랑으로 또 하루를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