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가지기 전엔 몰랐어요.
세상 어떤 것도 무섭지 않던 내가,
엄마가 되는 순간부터 세상에서 제일 겁 많은 사람이 될 줄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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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했을 때는
혹시 아이가 아프게 태어나면 어쩌지,
조금만 이상해 보여도 밤잠을 설쳤어요.
배 속에서 발길질을 할 땐 안심했고,
조용하면 또 불안했죠.
아이가 태어났을 때는
작은 숨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랐어요.
열이 날까 봐, 감기라도 걸릴까 봐
계속 아이의 이마를 만졌어요.
유치원에 갈 때는
혼자 밥은 잘 먹을까,
혹시 친구들에게 미움받지 않을까…
하루 종일 마음이 따라갔어요.
초등학생이 되자
공부는 따라갈 수 있을까,
혹시 뒤처져서 자존감이 다치진 않을까
조금만 힘들다고 하면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어요.
중학생이 되면
반항하진 않을까,
나를 멀리하게 되진 않을까,
매일 말을 꺼내기조차 조심스러웠어요.
고등학생이 되면
혹시 연애로 아프진 않을까,
밤늦게 들어올 때마다 가슴이 철렁했고,
대학생이 되면
세상이 아이를 아프게 하진 않을까,
이젠 내가 직접 지켜줄 수 없다는 사실이
참 무력하게 느껴졌어요.
사회인이 되고, 결혼을 해도
정말 행복한지 계속 걱정이에요.
웃고 있어도 그 속에 눈물이 있을까 봐
엄마는 늘 마음을 놓지 못해요.
그리고…
내가 나이 들어갈수록
언젠가 아이 곁에 내가 없을까 봐
그게 가장 무섭고, 슬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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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된다는 건,
누구보다 강해야 하는 사람이
누구보다 많이 무서워지는 일이에요.
네가 울까 봐 무섭고
울지 않을까 봐도 무섭고
배고플까 봐 걱정되고
많이 먹어서 탈 날까 봐 걱정되고
천천히 걷는 것도,
빨리 뛰는 것도 모두 걱정이에요.
친구를 못 사귈까 봐 걱정되고
낯선 사람과 친해질까 봐도 걱정되고
천천히 자라면 불안하고
너무 빨리 자라면 아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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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야, 엄마는 오늘도 너를 사랑해서, 또 겁이 많아졌어.
그게 엄마라는 사람이야.
늘 네 뒤에서 조용히 떨고 있는… 네 편, 네 울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