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는 핑퐁게임이다.

정제원의 심리학 수업

by 정제원 작가

나를 거쳐간 몇몇 심리상담사 분들이 커뮤니케이션을 핑퐁에 비유를 종종 들곤 했다.


탁구를 한 번 생각해 보자. 라켓으로 공을 상대방에게 넘기고, 상대방은 다시 나에게 라켓으로 공을 쳐서 보낸다. 그렇게 서로 주고받으며 게임을 진행한다. 커뮤니케이션이란 이런 거라고 생각한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난 이 핑퐁게임을 너무 힘들어했었다. 상대방이 화두를 던지면, 도대체 어떤 식으로 받아쳐야 하는지, 뭐라고 대답을 하고, 어떻게 대화를 이어나가야 하는지 도무지 생각이 안 났다. 특히 친하게 지내보고 싶은 상대와 대화할 때는 머리가 하얘지면서 얼굴 근육이 경직되며 얼굴이 화끈거렸다.


탁구로 비유를 들면 상대방이 공을 쳐서 나한테 보냈는데, 라켓으로 치지 못하고, 애초에 헛스윙도 아닌 스윙자체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가만히 있었던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대화는, 나의 대화 지분 : 상대방의 대화지분을 5:5로 가져가는 거일 것이다. 그러나 상대방이 대화에 소극적이거나 반대로 말을 많이 하는 걸 좋아한다면 5:5 내외에서 약간의 변동이 있을 것이다.


인간관계가 어려워서 고등학생 때부터 심리학 책을 정말 많이 읽어왔다. 그런데 머리로 아는 것과 실제로 하는 것의 그 간극은 너무나도 컸다.


지금 돌이켜보면 책 내용이 아직 소화가 안 되어서 그랬던 것 같다. 우리가 음식을 먹는 것만 생각해 봐도, 입에서 음식물을 씹고 식도를 지나 위에서 분해를 하고 그게 소장 대장을 거쳐 밖으로 배출된다. 이처럼 책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머리로 이해한 다음 마음으로 이해돼서 그게 밖으로 배출되기까지 시간이 꽤 걸리는 것 같다.


여하튼 요새는 이 핑퐁게임을 예전보다는 잘하는 것 같다. 그래서 재밌다. 탁구를 책피고 공부한다고 잘하는 건 아니다. 일단 쳐봐야 한다. 근데 내 방식대로 치다 보면 안 좋은 습관이 고착화돼서 그게 습관으로 굳어지는 경우도 많다. 인간관계가 딱 이런 것 같다. 그래서 곁에 훌륭한 코치가 곁에 있으면 도움이 많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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