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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일 박 Sep 18. 2023

이사의 장점은 모든것을 초기화 한다

에필로그 


이사의 장점은 모든것을 초기화 할 수 있다   


볼에 스치는 낙엽으로 가을은 나에게 말을 걸고, 막 따른 커피가 금세 식어 버리면, 이제는 겨울이 성큼 다가오겠구나 싶다. 책상이면서 동시에 식탁인, 돌로 된 탁자가 주변의 온기를 빨아들인다.  글을 한참 쓰다 보면 손끝이 얼얼하고 아릿하다. 핸드크림을 발라봐도 손가락 끝 냉기는 여전하다. 나도 이제 나이가 든 건가? 피가 겉도니 손끝은 차가울 수밖에. 나이가 들어야만 이해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 그래도 아직 20년은 더 일할 수 있다. 어차피 덤으로 사는 인생이다. 


  ‘부서지고 깨어졌을 때, 남은 것으로 인생을 아름답게 다시 창조하는 것만큼 위대한 예술은 없다’ / 류시화 


Dentist는 Dental과 Artist의 합성어니까 나는 예술가다  ‘비르투루소’는 악기의 거장 혹은 표현력이 뛰어난 연주가에게 주어지는 명칭. 이탈리아어 어원은 ‘덕이 많은’이다. 거장은 덕으로 만들어진다. 치과의사로 비르투루소의 욕심은 없지만, 버려지는 낙엽 보다 신앙의 나무를 통해 끊임없이 영양분을 공급받고 사람들의 시기심조차 삶의 동력으로 삼는 뿌리 깊은 나무의 푸른 잎사귀가 되고 싶다. 땅과 하늘을 이어주는 나무는 겨울에 갇혀 세월의 고통을 견뎌낸다. 의자로 만든 나무는 앉아 있고, 곧게 하늘로 뻗은 나무들은 서 있다. 나는 서성이고 가을이 간다. 이별의 아픔을 모르는 이의 마음에도 서늘한 아픔이 고스란히 고이는 계절이 지난다. 볼에 스치는 낙엽, 가을 아침은 그렇게 내게 인사 한다. 비 냄새를 축축하게 머금은 낙엽들, 갈색의 낙엽과 갈색보다 좀 더 붉은 낙엽들이 어우러지면서 여름 동안 함께 했던 햇볕의 흔적들을 서서히 지운다. 책을 쓰는 동안 계절이 변했다. 물 고드름이 가슴을 관통한 자욱에 허전함이 축축이 묻는다. 물 고드름이 관통하는 건 차라리 낫다. 사막이 내 몸을 관통한 후의 건조함에는 기쁨이 결여된다. 서글픔, 외로움, 쓸쓸함 등의 단어들과 화해를 해야 했다. 비장한 외로움이다. 마치 손목이라도 베어 그 안에 깃든 외로움을 빼내어야 할 지경이었다. 


낙엽은 가을 알림이 역할을 하고 잎이  떨어진 나무들은 내게 행복하게 살라 한다. 서른 살이 넘어 인생을 전환하기 쉽지 않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서른 살 넘어 시작하는 새로운 일은 나이가 들어야 생겨나는 지혜와 어우러져 더 단단해지고 성공할 확률도 높아진다. 성경에 부자가 먼 길을 떠나기 전에 하인 세 사람에게 자신의 재산을 맡기고 돌아와 보니, 두 명의 하인은 능력껏 재산을 불려 놓았으나 나머지 하인은 처음에 받았던 다섯 달란트를 그대로 땅속에 묻어 두어 주인이 화를 내며 벌을 준다. 능력을 과소평가하고 행동이 없으면 하늘의 화를 입는다. 성공은 꿈꾸는 자의 몫이다. 인생에 특별한 지름길은 없지만 행복의 지름길은 있다. 베토벤의 마지막 교향곡 9번 ‘합창’은 그의 청력이 완전히 소실되어 '아주 강하게 (프리티시모)’조차 들리지 않았을 때 작곡한 마지막 곡이다. 행복은 나에게도 가장 멀리 있는 것들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행복은 불행과 고통의 뒷면에 숨어 있다. 이 책이 출간된다면 그동안의 잔잔했던 세레나데보다는, 우렁찬 ‘합창’이 듣고 싶다. 프리티시모! 중국 사상가 손문은 ‘지난 행이(知難行易)’라는 말을 했는데 알기는 어렵고 행하기는 쉽다는 뜻이다. 흔히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을 하는데, 나야말로 알기가 어려워 치과의사에 도전했다. 적어도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나보단 많이 알고 행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걸어온 길이 꿈을 소망하는 이들에게 용기와 성장의 발판이 되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도전을 멈추지 않는 이들을 뜨거운 마음으로 사랑하며 


미국 치과 의사 닥터, 카일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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