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읽으면 별이 되는 사랑
초로의 나이 편리함보다 익숙함을 선택하는 나이. 건강했던 육체가 과거로 밀려나는 나이. 모든 생물은 나이를 먹는다. 생식세포 이외의 세포는 노화를 피할 수 없다. 젊을적 매력이었던 해 맑던 눈 웃음의 댓가 또는 흔적을 가리려 두터운 안경을 걸친다. 입가에는 오래전 눈물이 흘렸던 자욱을 표시한 고지도같은 팔자 주름이 생겼다 눈물과 함깨 감정은 흘러가 버리고 평온한 음영을 남긴다. 구름 사이로 비치는 태양 빛이 먼 능선을 빛나게 하듯 얼굴을 비추는 빛의 그림자는 그 깊음을 더 도도라지게 한다. 빛이 만들어 내는 웃음과 울음의 흔적들.하늘의 빛과 땅의 어둠이 반씩 썩인 그늘, 말과 침묵 사이의 반반씩의 주름. 45살에 수련의를 마쳤는데 어느덧 8년이 지났다. 인생의 많은 부분은 과거로 남을 때 더 선명해진다 특히 사랑이 그렇다.
"수련의들은 삐삐, 호출기를 악마라 부른다. 언제 울리더라도 연락 가능하게 스마트폰을 옆에 두었다. 오묘하고 기묘한 조합이다. 90년대 삐삐와 2000년대 스마트폰, 과거와 현재가 일치되지 않는 모습이 지금의 나를 닮았다. 인간적인 삶을 위해선 쓸모 없지만 다른 삶들을 위해선 필요하다. 삐삐는 독선적이고, 스마트폰은 오래된 연인들이 식당서 침묵을 관리하는 데 사용될 뿐이다. 삐삐가 울리면 암흑 속에서 손에 든 도구가 내는 소리와 내 청각이 그것이라고 인식하는 차이가 줄어들 때, 말. 하. 자. 면. 잠에서 막 깼을 때, 담배 연기가 벽난로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느리지만 민첩하게 일어난다. 마음이 조급해도 몸이 굼뜨는건 “난 너희들의 노예가 아니야!”라고 외치는 나름의 소심한 반항이다. 몸은 여전히 강한 썰물에 발을 빠트리고 있는 사람처럼 조급해진다. "
수련의 당시 내 인생의 컬러 텔레비전에는 색상이 없었다. 내 삶은 바로 바로 과거가 되어 버렸다. 마치 엉터리로 두두린 건반이 엉터리 소리를 내듯이 무미 건조하게 흘러 간듯 보인다
기억에서 현실로 넘어 올때 넘어서지 않는 작은 균열이 일었다 입술이 달삭인다. 커피 첫 모금이을 넘길때 나타나는 카페인 영향이다. 시간도 감내하니 추억이 된다 나는 삐삐 세대지만 삐삐 없이 살았다 사용하시는 분들도 대부분 툴툴 거림이 있었으나 편리함을 위한 진입 장벽이 높지 않아서 숫자만 전송 되는 작은 액정안에 8282 (빨리 빨리)같은 반 암호화된 숫자를 우격 우격 채워 넣었다. 수련의를 하며 스마트폰을 쓰기 시작했다. 편리함에 익숙하지 않은 나를 익숙해 지도록 달래야 했다 그 아득한 불편 함 속에서 갖가지 기민함과 영롱함이 요구 되었고 기능들을 익혀 갈때마다 한단계의 체증이 사라지는 것과 비례해 입가엔 웃음이 스라렸다. 생각해 보면 아득하고 때론 어제 일 처럼 기억이 명료하다 기억은 감정으로 자극 받을 때 더 생경해지고 그 기억은 다시 감정을 자극한다.
나는 관광을 하지 않는 편이다. 유명한 장소에 가면 왠지 간지럽고 창피하다. 장엄한 역사가 나를 보는 것 같다. 너는 그동안 무얼 했느냐고 묻는 듯 하다. 하지만 내 추억이 한자락이라도 묻어 있다면 자주 찾는 편이다 내 작은 역사는 나에게 겸손을 요구 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랑스러워 한다. 건축 서적에서 나온 건축물들의 파사드를 보고 음악 책을 읽으면 콘서트 홀을 찾는다. 미술을 보는 것도 즐겁다, 읽고 난 책 뒤편에 이서를 하는 습관을 들이다 보니 만년필에 호기심이 생기고 다시 예쁜 글시쳬를 갖고 싶어 필사를 한다. 다양한 브로드 웨이 공연들이 있는 뉴욕이라 가능하다. 의사라는 직업이 주는 적지 않은 연봉도 도움이 된다. 초로의 나이가 되면 편리함을 경제적으로 해결 한다. 우리가 청춘에 무릅 꿇은게 아니다 청춘이 늙음에 무뤂 꿇은 거다. 우리는 늙어 보았다.
그럼에도 누군가 행복한가? 묻으면 대답이 쉽지 않다. 문명이 편안함을 준건 사실이지만 동시에 익숙한 행복감도 앗아갔다. 어릴적 교환 일기라는게 있었다. 지금으로 치면 썸타는 아이와 자신의 일기를 맞 바꾸어 서로의 생각의 차이를 줄이고 오해도 풀고 하는 소소함이 있었다. 또 학기가 마무리 되면 내 이름이 적힌 종이 위에 친구들의 생각들을 적는 이벤트도 있었다. 이 종이 돌리기의 규칙은 각자 집에 돌아가서 읽으며 누가 썻는지를 알아 보지 않음 이였으나 결국 필체를 역추적했던 찌질해도 아름다운 행복들의 익숙함들이 있었다. 이 종이에 사랑 고백을 담은 이가 있었고 난 그 필적을 단번에 알아 보았다. 우린 수업 시간 중 대화하다 받은 벌로 교실 뒤에 손을 들고 서 있게 되었다 행복감이 창피함을 극복했다. '한강'작가는 사람의 몸에서 가장 정신적인 곳은 '어깨'라 했다. 그날 내 어깨와 그 아이의 어깨가 살쿵 살쿵 스치듯 부딪히던 순간 만큼은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가 되기에 충분했다. 만년전 폭발한 성운들 곁에서도 한 은하를 이루는 두별이 상대방 주위를 도는 쌍성계를 이루며 그들이 근저할때 '별의 물질'을 주고 받는다. 그렇지 않으면 그 별 하나 하나가 우주의 외딴 섬으로 남는다. 순수한 영과 순수한 물질의 교류. 별의 물질 중 가장 먼저 도달하는건 빛이다.
행복이 오래 머물기를 원했나보다. 난 그 아이와 학교에서 집까지의 길을 가능하면 천천히 걸었다. 어깨에 닿은 그녀의 검은 머리가 브라우스의 힌색을 더욱 도도라지게 했다. 부드러운 바람의 손톱이 두 사람의 뺨을 어루 만졌다. 그 시절의 추억이 눈부신 빛의 알갱이가 되어 나비처럼 날아 든다. 행복 또한 과거로 남을 때 더 명료해 진다. 하늘이 붉게 멍든다. 빛이 얼비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