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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호 May 16. 2023

일기는 꿈 같아서

그냥 일기

일기는 꿈 같아서 매일 쓰지 않으면 까먹는다. 그렇게 까먹은 일기가 몇 개더라. 배가 부르다고 끼니를 놓쳤다가 잘 때가 되어서 배가 고픈 낭패가 생겼다.


저번주에 쓸 일기는 무척이나 많았다. 에세이라니 후기뿐 아니라 학교 축제도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학부생으로 즐길 수 있는 마지막 축제가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주점이 없던 탓에 술을 거의 노상 까듯 마셨다. 근데 뭐, 언제 학교 벤치 같은 곳에서 소맥을 마셔보겠어. 축제 공연도 공연이었고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마지막 날 형들이 기타 치며 노래 부른 거였다. 무슨 쌍팔년도 같은 설정이냐고 할 텐데. 사실 누가 관람하고 그러진 않았다. 그냥 밴드하는 형들이 잔디운동장에 앉은 채 그런 거다. 오아시스의 노래가 감미롭게 울리던 운동장.

 

축제 때 가수들을 보는 건 흥미롭다. 사실 혼자서 가수만 보고 그러다 마지막 날 친구와 함께 가니 포텐이 터졌던 것 같다. 술도 들어갔겠다 신나겠다. 근데 에픽하이는 30분만 하고 갔다. 정해진 시간만 하고 가는 건 무척이나 정이 없었고


싸이와 십센치가 오래도록 노래를 해준 탓일지 모르겠다. 결국 인간은 비교하게 되는 동물인가 보다. 그래도 재밌었다. 친구랑 같이 온 사람들이 계속 부러웠으니까. 함께 율동도 춤도 출 친구가 있다는 건 무척이나 신나 보였다. 저게 축제지, 68혁명의 구호였나, 춤을 출 수 없다면 혁명이 아니다. 춤은 무척이나 재밌어 보였다.


물론 난 뚝딱이라 춤을 잘 추지 못한다. 춤은 그냥 노래에 맡기라고 누군가 그랬는데. 그래도 기왕이면 보기 흉하지 않았으면 하니까. 뮤직비디오 (파토났지만) 촬영이 있었을 때 나는 걱정이 앞섰다. 감독은 가벼운 춤을 원했지만 난 춤을 못 췄으니까. 친구는 나한테 말해줬다. 그냥 몸을 맡겨보라고. 


월요일인가 화요일에 우연히 어떤 학우를 마주쳤다. 그땐 뭔가에 홀린 것 같았는데 다시 보니까 애였다. 그 친구도 나를 봤을까. 모르겠다. 횡단보도에서 우린 신호등처럼 지나갈 뿐이니까. 시간이 약이라는 말은 정말 신기하다.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말도 그렇고. 생각하니까 내가 만났던 사람들은 전부 애 같았다. 외적인 면에서 말이다. 내가 크지 않은 키를 가진 탓일까 상대도 키가 작았던 것 같다. 그리고 귀여웠던 것 같다. 


토요일엔 학원 강사로 출근하기로 했었다. 출근 하루 전인 금요일 밤, 원장은 내게 전화했다. 미안하다고. 


출근도 전에 잘린 기분은 생각보다 무미건조했다. 별 느낌 없어서 더 이상했다. 원장은 미안하다고 면접비로 3만 원을 보냈다. 3만 원이 들어오자 통장이 11만 원이 됐다. 


이번 주는 확실히 돈을 많이 썼다. 롯데월드에 갔을 때 확실히 돈이 많이 깨졌다. 


톡으로 비즈니스를 해결할 때가 많다. 나는 최대한 구체적으로 보내는 편인데, 꼭 돌아오는 반문 중엔 답답한 것들이 있다. 분명 일정을 말해줬는데도, 언젠데? 라고 묻는다거나


그런 답장을 보면 솔직히 더 카톡을 하기 싫다. 똑같은 말을 또 하기도 싫고. 어쩌다 이 얘기를 하게 됐는진 모르지만, 원래 일기는 사방으로 튀어 나가는 거니까. <카트>라는 영화를 봤고 얼마나 고증을 잘했는진 솔직히 난 모르겠다. 그래도 반응을 보니, 이게 현실이다 등의 말이 있었고 평점이 높았다. 신파영화보다 확실히 낫다고 느꼈다. 최근에 본 영화 중 인상 깊게 남을 것 같았고


연극을 봤는데 정말 최악이었다. 습작생이 쓸 법한, 아니 문창과 애들도 저렇겐 안 쓸 희곡을 올렸다. 솔직히 나가고 싶었다. 이때까지 본 연극 중 손에 뽑을 최악이었는데, 차마 이건 이름을 밝히기가 그렇다. 어쨌든 내 개인적인 주관이니까. 그럼에도 확실한 건 하나다. 보여주는 장르에선 말 그대로 보여줘야 한다. 왜 그걸 직접 말하는 걸까. 말한다는 건 설명인데. 희곡이 대사로 전개해나가는 장르지만, 주제를 설명하는 건 어휴. 진짜 설마설마한 결말로 전개할 때, 뻔한 연출일 때, 전혀 새로움이 없는 무대일 때, 내용마저도 뻔할 때 지겨움은 말로 설명 못 한다. 연출가를 확인하진 않았는데 전에 봤던 어떤 연극과 연출이 똑같았다. 물론 흔한 연출 방식이긴 했는데


너무 많은 글을 썼다. 누가 나한테 그랬다. 고슴도치 같다고. 나의 글을 보면 예민함이 가시 돋았다고. 맞다. 난 고슴도치처럼 예민하다. 단지 글이 아니고선 드러내지 않을 뿐이다. 


생각이 많다. 거북목도 신경 써야 하고. 레이저제모도 알아보고 있다. 고등학생 역할을 맡는데 턱수염은 있어서 좋을 게 없으니까. 확실히 내가 내 모습을 봐도 나이 든 역할은 어차피 못 맡을 거 같은데, 내가 왜 제모를 생각 안 했을까. 그런데 고등학생 역할로 한다는 촬영 전까지 제모가 되지 않을 거 같다. 물론 통장에 돈도 없다. 피부과 들리는 것도 진짜 스트레스다. 어른이 되면 여드름이 나지 않을 거로 믿었는데, 난 언제까지 시달려야 하는 걸까. 심지어 관리해서 이 정도니까. 후, 싫다.


부족함이 많아 하늘을 쳐다본다. 파란 하늘을 보면 청춘이란 말이 생각난다. 언젠간 나도 지금의 나를 그리워할 테니까. 파이팅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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