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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호 Aug 14. 2023

할 얘기가 많다는 건

그냥 일기

할 얘기가 많다는 건 안 좋은 일일지 모르겠다. 어쩌면 좋은 일이 더 많을지도 모르지만 조금은 누군가를 저격하는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뭐 어쨌든 연기한지도 2-3년이 지났고 그동안의 필모를 보면 나름 뿌듯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만족은 되지 않았다. 상업으로 나아가고 싶은 건 바다로 나아가고 싶은 연어들의 마음과 같을지 모르니까. 모든 연어들은 바다로 가듯


배우는 상업을 가는 게 목표일 거다. 그 다음 부가적인 명예와 돈은 차순위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사실 결국 작품을 찍는 게 몸값을 높이는 일과 명예와 귀결되는 직업이기도 해서일 거다. 그렇기에 매력적일 거다. 아이돌과 가수를 꿈꿨던 많은 소년, 소년처럼 배우 또한 쉽게 매체에 노출되는 직업이니까.


오늘은 백석예대 학생의 졸업작품에 참여했다. 이 작품에 출연이 정해진 건 3-4일이 된 상황이었다. 그러고 어제 숏폼 공모전 작업이 가능하냐는 연락이 왔다. 두 작품은 같은 시간대였다. 


딜레마였다. 백석예대 학생은 돈을 주지 않았다. 그리고 스포를 하자면 신뢰일지 의리일지 백석예대 학생을 택했다. 사실 하기로 했으니까 하는 게 맞긴 하니까. 근데 문제점은 엑스트라처럼 썼다는 거. 그점에서 이미 불안함을 갖고 있었다. 스토리보드나 콘티를 보내달라고 했을 때 스토리보드만 보여줬다. 이건 문제가 안 될 수 있지만


11시부터 13시까지 찍기로 했던 학생들의 작품은 15:30까지 나아갔다. 점심도 당연히 없었고. 간식으로 준 과자와 아이스크림. 솔직히 사비 털어서 만원이라도 우리들한테 줬다면, 어땠을까 생각했다. 교통비라도 주는 것과 열정페이는 다른 일이니까. 장비 빌리는 데 백 얼마를 썼다고 한다. 학생들이 투 캠을 쓰는 건 본 적 잘 없었는데, 카메라도 좋아보였다. 잘 모르지만


그냥,, 사실 숏폼 공모전은 수상을 하지 않으면 필모엔 도움이 되진 않겠지만 8만원이란 금액부터 마음에 들었다. 식대도 주고. 파주라는 게 흠이었지만. 


오늘 촬영 내내 신경 쓰였던 건 사실이다. 그냥 노쇼를 선택하고 공모전을 했어야 했나. 이건 우정도 신뢰도 아닌 커리어가 먼저 아닐까. 뭐 그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러고 이제 느낀 점은

문자 하나 오지 않았다는 거다.


그전의 고등학생들 작품에선 촬영이 길어졌다고 미안하다고 장문의 문자가 왔었다. 그냥 그게 나는 최소한의 성의 또는 예의라고 본다. 그 학생은 고등학생임에도 상업에서 뮤직비디오 촬영에 참여하고 있었다. 


모르겠다. 이걸 써놓고 후에 문자가 오거나 다른 연락이 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안 올 거 같다는 느낌이 든다. 현장에 도착했을 때 날 알아보지 못한 연출이 선명하게 기억난다. 내 프로필마저 제대로 보지 않았다는 뜻처럼 들렸으니까. 처음부터 엑스트라로 쓸 생각이었던 건가 하는 의심이 더 깊어졌다.


필메 공고글에 댓글도 남겼다. 엑스트라를 구하는 거냐고 하자 단역을 구하는 거라고 했다. 실제로 학생들의 단편영화는 단역이라는 이름 하 엑스트라를 구하곤 했었다. 생각보다 꽤 많이 그랬다. 웹드라마도 그랬다. 이미지단역이라면서 가니까 엑스트라였다. 예체능은 한번 엎어져야 한다. 문학계에 미투 운동이 크게 벌어졌듯 여긴 일단 최저시급부터 제대로 도입되어야 한다.


결국 기분이 나빴다는 건, 배우를 도구로 썼다는 거. 기계의 부품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위하고 운동했던 시대를 생각해보면 조금은 납득이 갈지 모르겠다. 자신의 졸업작품이 소중하다면 우리(배우)에게도 정당한 대우와 대가를 치뤄야 하는 거 아닌가. 자기 작품만 소중한가. 우리도 사람인데.


이 얘기를 나아가면 어떤 교회의 홍보영상을 언급 안 할 수 없다. 곧 영상이 나올 텐데. 뭐 그건 중요한 게 아니고. 중요한 건 돈을 아끼겠다고 함부로 사용한다는 거였다. 자정까지 찍기로 했으면 자정 안에 끝내는 게 맞다. 못 끝냈으면 그것에 대한 합당한 보상이 필요한 거고. 


그런데 하.. 말을 길게 하자니 다시 짜증나네. 막차가 이미 끊긴 시간에 촬영은 끝났다. 자기네들 퇴근할 때 픽업해준다고 해서 기다렸더니 뒷처리 하는데 1시간이 걸렸다. 나는 제작진들 중 한 명이 나를 먼저 퇴근시켜주는 줄 알았다. 그렇게 난 한 시간을 기다렸다. 택시에 대해 내가 얘기를 꺼내자, 개인정보(집 주소)를 논하며 좀 그렇다고 했다. 그래서 알겠다고 했는데


군자에서 우리집으로 가는 카택을 불러줬다. 어이가 없었다. 돈을 주지도 않았고. 헤메 해준다고 해서 아무 준비 안 하고 갔더니 옷만 줬다. 헤메에서 언제부터 메이크업과 헤어 세팅이 포함되지 않았던 걸까.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서 다시금 느꼈다. 이젠 진짜 아무 곳엔 출연하지 않아야겠다. 사실 오늘 촬영은 적은 거에 비해서 현장 자체는 분위기가 재밌었던 기억이 난다. 나름 친해져서 이야기도 하고 그랬으니까.


빨리 높은 배역을 따내고 싶다는 욕망이 강했는데 취업 준비를 하는 중이다. 그래서 사실 이번 달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 완전히 그만둔다는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은 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래도 이번 주가 정말 바빠서 다행이다. 이렇게 한 주에 촬영이 몰린 적도 6월 후론 처음인 거 같다. 하루에 두 작품을 찍는 날도 있을 뿐더러 다큐도 들어갔다. 20일엔 웹드라마를 찍고 단편영화를 찍으러 간다. 19일엔 단편영화를 찍으면서 다큐도 찍는다. 이게 뭘까. 16일엔 전라도 광주를 간다. 촬영을 끝내곤 바로 서울로 올라온다. 17일 오전에 촬영이 있으니까. 17일 늦은 오후엔 간단한 유튜브 촬영이 있다.  놀랍게도 난 이 작품 어디에도 연고도 인맥도 없다.


인스타 디엠으로 어떤 학생이 연락왔다. 약간 임성욱 채널의 희극인의 삶 같은 걸 찍는 거 같았다. 시간이 맞지 않아 미안하다고 했다. 필메에 올라온 프로필을 보고 연락을 줬다는데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다. 먼저 연락와준 게 고맙기도 하고 뭐..


오늘의 일은 이미 지나간 일이다. 저번 주 토요일엔 고려대에 갔다. 오디션을 봤는데 소정의 교통비라면서 2만원을 주는 거였다. 그러고 오늘 결과 발표를 문자로 보냈는데 장문이었다. 복붙인 걸 알지만 고려대 이 친구들은 예의가 바른 애들이었다. 오디션 때 기억나는 게 고려대 어느 건물에서 픽업해주는 거였는데 멀리서 보자마자 나를 알아봤다. 사실 프로필을 제대로 봤더라면 당연한 거라 난 생각한다. 프로필과 다른 사람이 오진 않으니까. 그래서 오늘 백석예대 학생들한텐 실망했던 거다. 처음부터 촬영이 끝난 지금까지의 일이.


특정 학교를 언급하고 날짜를 언급해서 문제가 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근데, 내가 틀린 말은 하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여긴 학생들이기라도 하지 교회 홍보영상은 어우,, 자기네들 커피 사먹을 돈 아껴도 (단역이 나 혼자인데) 2만원은 줬을 거고. 그게 택시비 아닌가. 군자에서 우리집까지 1.5가 나왔더 거 같은데 처음부터 교회에서 타고 갔어도 2.5 정도 견적이던데. 그 만원에 내 새벽 1시간을 태웠다는 게 그게 지금도 기분 나쁠 뿐이다. 연출은 내게 미안하다고 사과했지만 정작 감독은 내게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마음가짐부터 문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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