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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호 Aug 23. 2023

8월 23일

그냥 일기

브런치는 올해도 출간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브런치 독자들에겐 달콤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내가 브런치를 가입했던 것도 저 공모전 때문이었는데. 그게 벌써 1년이 지났다는 게 놀라울 뿐이다.


차기작의 작품은 '나의 배우일지'로 할까 생각 중이다. 내가 쓴 글도 사실 그런 일과 관련된 것이 많고. 아쉬운 점은 무언가 전문적인 그런 정보를 적을 수 없다는 거다. 내가 내로라하는 사람이 아닌 것도 맞고. 간호사처럼 무언가 특수한 근로형태의 일을 얘기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그냥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밀수에서 단역으로 나온 어떤 배우는 노가다하는 일을 브이로그로 올린다. 어떤 배우는 편집을 하며 먹고 살기도 한다. 편집이 시간 분배가 편해서 좋다고 한다. 노가다나 편집의 교차점은 유동성이다. 배우는 언제 일이 들어올지 모르는 프리랜서이기에 이런 문제점이 있다.


최근 웹드라마에서 만났던 배우는 6월에 찍었던 단편영화에서도 만났던 분이었다. 야간에 대리운전을 한다고 했다. 몇 십년이 됐다고 했다. 하루 뛰면 10-15 정도 번다고 했던 거 같은데, 그것도 자기가 경력이 쌓이고 단골이 있는 탓이라고 했다. 그냥, 그런 얘길 듣다 보면 현실이 참 적나라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음악을 하는 아는 형이 있다. 뮤지션을 한다는 그 형의 주변 지인들도 투잡이다. 본 직업이 있고 부업하듯이 밴드를 하는 거다. 주말에 연습하고 공연하고. 그렇게 조금씩 노력해 노래를 내고.


실제로 필메에서 공고 글엔 뮤비도 자주 올라온다. 무명가수였던 사람의 뮤비 작업의 컨택이 있었다. 결론은 같이 찍지 못 했다. 내 친구가 변덕을 부린 탓인데. 사실 친구라고 하기엔, 그냥 연기학원 같이 다녔던 친구였는데 걔가 그렇게 나올 줄 몰랐다. 난 찍고 싶었는데 ㅜ


어쨌든 그 무명가수는 회사원으로 보였고 그렇게 일하면서도 자신의 노래에 뮤비를 만들고 그것을 찍으려고 했던 거다. 그 뮤비를 위해 배우를 캐스팅한 거고. 사실 뭐, 그렇게 일단락되고 몇 개월이 지났다. 그 무명가수는 다시 글을 올렸고 페이도 25만원을 꺼냈다. 사실 내 친구가 얘기했던 지적은 페이가 너무 작다였다. 5만원이었으니까.


근데 변덕이라고 표현하는 건 공고글 때문이다. 그 친구는 공고 글에 적힌 5만원을 못 봤던 걸까. 난 모르겠다. 이유라는 게 꼭 필요한 건 아니니까.


뭐 그렇다. 예전에 같이 공모전 작업했던 감독이 필메에 글을 올린 걸 봤다. 페이 25. 난 그때 무페이였다. 수상을 하면 돈을 주는 시스템이었으니까. 1년 남짓한 시간 동안 이젠 배우들에게 적당한 페이를 줄 수 있는 규모가 됐구나, 이런 느낌은 날 돌아보게 만든다.


같이 촬영했던 배우가 이번에 진용진의 없는영화에 캐스팅 됐다. 스토리에 올린 그의 대본엔 감독 진용진이 뚜렷하게 적혀 있었다. 회식도 한 거 같았다. 6-7월 동안 3곳의 촬영장에서 만났던 탓에 내적친밀감이 쌓였다. 잘 된 건 분명 좋은 일인데 복합적인 감정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나의 목표는 사실 진용진의 없는영화다. 어쩌다 그곳이 등용문처럼 된 거 같아서 그렇다. 나도 먼저 연락이 왔으면 하는 탓, 그리고 무엇보다 빠른 업로드. 출연영상 쓰기도 편한 접근성. 그냥 장점밖에 없다. 페이 준수함. 교통비, 숙박비 지원. 없는영화에 출연하고 바빠진 배우들을 보며 그저 부러울 뿐이었다. 내 메일도 잘 읽어주지만 여전히 답장은 온 적 없다. 


저번 주 많았던 촬영 탓인지 이번 주 백수인 거는 더 비참하게 느껴진다. 일주일에 두 편 정도 찍을 수 있다면 안성맞춤일 텐데. 사실 또 작은 거 여러 개보다는 큰 거 하나를 해야 하는 건데. 어렵다. 어려운 거 투성이다 세상은. 


나도 이제 경험이 좀 쌓여서 그런가. 배우들 보는 눈도 이젠 대우도 달라졌다. 예전엔 뭔가 동종, 서로 힘내자 이런 게 있었는데 이젠..


사실 인성이 훌륭하지 않는 사람들을 점점 더 많이 만나게 되는 탓이 큰 거 같다. 어떤 현장에서 주연이었던 배우는 내게 말했다. 그런 쓰레기같은 애드립을 하냐고.


현장 분위기는 좋았고 장난으로 말한 건 줄 알고 테이블은 웃음이 가득했다. 근데 돌이켜보니 그게 웃으면서 할 얘기인가 싶었다. 내가 잘못 들은 걸 수도 있다. 근데 뭐 모르겠다. 처음부터 애드립하라고 시킨 걸 어쩌란 거지. 근데 그 배우는 원래 인성이 싹싹함과는 거리가 먼 듯했다. 말도 툭툭 내뱉고. 꼭 우리 가족 같아서 남 같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정감이 안 가는 건 사실이었다. 뭐, 그분도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을 지도.


사실 이런 경험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떤 사진작가의 개인전 작품이었고 보조 모델을 구하고 있었다. 그때 만났던 한 배우는 정말정말 유명한 드라마에 단역으로 나왔다. 최근에 큰 히트를 때린 드라마 중 하나에 나와서 확실하게 각인시킨 배우였는데, 사실 거기서 맡은 역할이 진상이었는데 실제 성격도 비슷한 듯했다. 이것은 욕하는 게 맞긴 한데, 개인적으로 그분의 인성은 별로였다.


역할과 실제 성격이 비슷하다면 정말 천상의 연기겠지.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연기는 바로 나 자신이니까. 


그렇다면 나도 독해질 필요가 있는 건데, 어렵다. 최근엔 단편영화의 어떤 감독과 살짝의 실랑이가 있었다. 페이를 3 적었는데 그 공고 글을 지운 거였다. 뭐, 그런 실랑이였다. 그냥 서로의 오해였다. 뭐 그쪽은 다르게 생각할지도 모르는 거긴 한데 일단 그렇다. 장문의 카톡이 오갔고 난 카톡을 보낼 때마다 심장이 떨려서 멈추질 않았다. 꼭 고백을 하는 것처럼..


그땐 그냥 많은 생각을 했다. 3만원 받자고 이러고 싶지도 않은데, 한편으론 배우도 겸하는 사람으로서 감독이 저래도 되나, 라는 생각이었다. 말이라는 게 서로 오해하기도 쉽고,, 어렵다. 


사실 이상한 촬영이 너무 많았다. 배우는 도구가 아닌데. 자신의 작품을 위해 희생되고 쓰여질 도구로 쓰이는 게 배우는 맞을지 몰라도 사람으로선 존중해줘야지. 자기네들 커피값만 아껴도 솔직히 페이는 된다. 


그냥 그런 생각은 끝이 없고 어서 빨리 큰물에 나가는 수밖에 없다. 그냥, 그렇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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