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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호 Sep 01. 2023

8월도 고생했어요

그냥 일기

9월이 시작됐다. 뭘 특별하게 하는 건 없지만 여름이 끝났다는 느낌이 든다. 여름이 끝났다고 겨울을 향해서 우리가 달려가는 건 아니지만, 일단 더위는 피해야지. 


상상두목의 <다른 여름>에서 인상 깊었던 게 있다. 우리는 다른 여름을 향해서 달려가는 거라고 했다. 겨울을 향해 우리가 더위를 나는 게 아닌 다른 여름, 내년의 여름을 위해 혹은 또 다시 맞을 여름을 위해 우리는 살아가는 거라고.


어쩌면 컵에 담긴 물이 반이나 남았네, 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한 거 같다. 다음 주에 개강하는 학교와 마지막 학기. 취업계를 낼 수 있을까 했지만 역시 취업은 쉽지 않았고 마지막 학기까진 학교를 다닐 것 같다. 스타트업 회사에 기자로 면접을 봤었던 게 저번 주였다. 이번 주까지 연락을 준다고 했는데 금요일인 오늘까지 아무 연락이 없다.


엄마가 포도 한 상자를 사줬고 맛있게 먹은 포도 만큼이나 집에 초파리가 생겼다. 음식물 쓰레기통을 자주 비웠다고 생각했는데도 초파리는 정말 잘 생긴다. 정말 초파리는 자연발생설 같기도 하고


레이저제모에 대해 오래 고민하다 오늘 갔다 왔다. 2주 동안 백수로 지낸 탓에 남는 게 시간이었으니까. 후기는 그냥 뭐, 오징어 태우는 냄새가 난다. 생각한 것만큼은 아프진 않았지만 아팠다. 마취크림의 효과가 확실히 있던 거 같다. 마취크림 덕에 지금도 입 주변이 얼얼하다. 사람들이 막 엄청 아프다, 아프다 후기를 남긴 탓에 겁을 많이 먹었는데 그만큼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아픈 건 사실이었다. 인중은 확실히 엄청 아팠다.


10회차까지 남자들은 많이 맞는다고 한다. 나도 아마 그렇게 해야 된단 뜻이겠지. 뭐랄까, 생각 이상으로 시술이 빨리 끝나서 허무한 감도 들었다. 크림 바르고 뭐 씻고 이러는 시간이 오래 걸려서 그런가.


2주 동안 백수로 지내는 동안 오디션은 두 곳을 봤다. 한 곳은 1차를 붙었고 2차 때 보자고 했다. 한 곳은 아무런 연락이 없다. 오디션을 보면서 느낀 점은 하나였다. 난 더 나댈 필요가 있다.


학생 때부터 글을 썼던 탓일까, 경쟁이 싫다. 백일장도 시험도 경쟁이지만 눈에 보이는 경쟁은 아닌 느낌이었다. 그래서인지 편했다. 내가 잘 쓰면 되는 거니까. 남들보다 잘 써야 한다는 느낌이 덜 했다. 근데 면접도 오디션도 뭔가 다른 참가자보다 내가 잘 해야 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아마 같은 공간에 있다라는 게 부담이 갔던 거 같다.


남들은 하나라도 더 보여주려고 하는데, 난 하나라도 덜 보여주고 싶은 거 같았다. 뭔가 의자가 하나가 남았으면 다른 사람한테 양보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듯 오디션장에서 난 욕심이 없었다. 돌이켜보면 그게 문제였다. 의자에 앉으려고 열심히 싸워야 하는데 난 회피했으니까.


그래서인지 오디션 봤던 곳에선 연락이 오지 않는다. 다른 한 곳은 소극장이었다. 비밀 유지 각서를 처음 써봤는데 뭐 그런 것도 썼다. 내가 지금까지 본 오디션 중 가장 소통이 원활하고 뭔가 많이 시키는 곳이었다. 되게 신기했던 경험이고 재밌었다. 오디션이 재밌었던 건 아마 처음인 거 같다. 뭐 중요한 건 2차지만, 어쨌든 재밌었단 기억 자체가 나에겐 재밌는 기억으로 남을 거 같다.


오늘 아침엔 건강검진을 받고 왔다. 전날 밤부터 금식했는데 사실 금식할 이유가 있나 싶을 만큼 빨리 끝났다. 피를 뽑았는데 그곳에 작은 멍같은 게 남았다. 어쩐지 아프더라.. 무슨 헌혈한 기분이다. 건강검진 피 뽑기 때문에 왼팔엔 멍이 남았다. 약간 억울한 감도 있다. 많이 아팠다. 피 뽑는 건 살짝 따금, 하고 말았던 거로 기억하는데 이번엔.. 헌혈한 것처럼 멍이 들었으니까. 참고로 난 헌혈도 하지 않는다. 하고 나면 팔이 너무 아팠고 멍도 오래 남았다.


글을 쓰는 지금도 왼팔이 욱신 거린다. 이쯤되면 문제가 있는 건가.

아랫집은 여전히 담배를 현관에서 핀다. 나갈 거면 나가지, 왜 현관에서 피는 건지. 2층인 우리집은 담배 연기를 달고 산다. 현관에서 피는 담배 연기는 그대로 우리집으로 들어온다. 이걸 뭐 탓할 수 있을까.. 싶은 마음에 경비를 찾아갔더니 그런 건 알아서 얘기하란다. 내 관리비 3만원은 어디에 쓰이는 걸까.


현관에 유리창이 깨진 지 한 달이 넘었지만 고치고 있진 않다. 난 주차도 하지 않기에 관리비 3만원이 솔직히 아까운 감이 크다. 입주민인 내가 뭐 따질 순 없는 거지만, 관리비에 3만원이 쓰이는 이유를 정말 모르겠다. 시시티비는 네 개가 있는데 그중 2개가 고장 났다. 이런 빌라에서 살아간다는 처지가 슬프지만


맞다. lh 관련 유튜브 인터뷰와 컨택한 적 있다. 그때 너무 솔직하게 썼던 탓인지 영상 찍자는 연락은 오지 않고 있다. 자기네들 이미지를 망친 건 자기네들 선택이면서.. 유튜브 같은 거 말고 아직은 자숙할 시간 아닐까.


다음 오디션은 아직 잡히진 않았다. 다큐는 이번 달에 2회차가 더 진행될 예정이고. 개강 전에 일 하나만 하면 좋겠다고 생각 들었는데 아마 잡히진 않을 거 같다. 이대로 뭐 주말 지나면 개강이네. 추석 차편 예매도 머리가 아프고.. 


알바를 할까 하는데 국민취업제도가 걸리고. 토익은 정말 올해 안에 따야 졸업하는데, 수험생 시절 나를 불러오고 싶을 정도다. 책상 앞에 앉아있는 게 이렇게 힘든 거였던가. 


에구, 이제 남은 숙제?는 헬스장 등록과 가다실. 두 개다 다닐 곳?을 정해둔 상태긴 한데. 지갑 사정만 넉넉하면 레이저 제모도 진작 했을 듯하다. 헬스는 해야지, 해야지 하다가 1년 넘게 공백이 생겨버렸다. 사실 취업도 돈 때문에 하는 거니까, 모든 건 다 돈으로 인과가 맺어지는 기분이다.


개강하면 이제 정말 학교에 아는 사람도 없겠구나. 강의 두 개를 듣기 위해 학교를 다닌다라.. 그냥 저번 학기에 수업 하나만 더 들을 걸. 


인생 참 쉽지 않다. 8월도 고생했지만 우린 앞으로도 고생해야 하니까. 


다들 힘내자, 힘내라는 말이 무색하겠지만 그래도 먹고 살자고 일하는 거니까. 화이팅해야지. 어제는 슈퍼문이었고 오늘은 그저 밝은 달이 떠오른 밤하늘이겠지만, 그런 건 우리 삶에 의미부여하기 나름이니까. 우린 우리의 삶에 최선을 다하고 있단 사실만 기억하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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