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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호 Dec 30. 2023

우린 우리를

그냥 일기

12월의 마지막이 왔다. 내일이면 올해고 내일모레면 내년이라니. 이제 내일이 되면 내일이라는 말보다 내년이라는 말이 가까워질지 모른다. 


2023년을 돌아보면 유의미한가를 생각한다. 의미라는 것도 상대적인 건데 그 상대적인 것에서 난 무엇을 생각해야 될까. 솔직히 모르겠다. 그냥 무사히 보낸 거 같아 다행스럽기도 하고 내년엔 올해보다 더 나은 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 뿐이기도 하고. 


올해엔 어쨌든 발판을 디딘 느낌이 든다. 앞으로 어떻게 될진 모르겠지만 연기에 있어선 유의미했던 해인 거 같다. 그래도 연차가 쌓이니까 여유가 생기는 기분이다. 아직도 부족한 점이 너무 많은 게 아쉬울 뿐이지만 그건 순전히 내 역량 탓이니까.


나는 사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누구나 그럴 거다. 사람의 성격이 형성되는 건 관계에서 영향을 제일 많이 받으니까. 그래서 그냥 동물을 하나 들이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그런데 털 날리는 동물을 감당하기 어려운 빌라이기에, 그냥 물고기 같은 거 키울까 싶기도 하고. 그런데 물고기는 만지지 못 하니까 좀 아쉽고.


로봇강아지 이런 게 좋을 거 같다. 나이 든다고 병 들지도 않고 죽을 걱정도 없고...


귀농을 했던 집의 특성상 개를 많이 키웠다. 항상 마당을 지키고 있던 개가 있었고 가끔 사과밭을 지킨다고 마당을 비우기도 했던 댕댕이들이. 25년을 살았던 탓인지 많은 생명이 오간 거 같다. 내년이면 26년 째 인생을 사는 게 될 텐데 나는 또 어떤 죽음에 대면하고 보내줘야 할까.


동기들이 등단하는 소식을 봤다. 난 그들만큼 절실하지 못 했던 거 같다. 사실 어느 순간부터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고. 수순인 거 같다. 안희연 시인의 시집에서 한 싸인을 봤다. 마음이 깊으면 닿을 수 있습니다. 아마 나같은 습작생이 싸인을 받았던 게 아닐까 싶었다.


은사님을 뵐 자신도 없어진지 오래 됐다. 글을 써야 떳떳하지. 글로 들려줄 어떠한 소식도 없는데 만나서 무슨 얘기를 하리. 올해 신춘문예에도 난 떨어졌다. 이맘 때까지 연락이 없다면 뭐 하릴없다. 몇 곳 투고는 안 했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 건 사실이다. 이제 등단은 포기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사실 그만큼 노력도 안 하고 상 받길 바라면 이거야 말로 오만인 건데. 나는 오만한 사람인 거 같다. 욕심만 많고 실천은 안 하고. 올해의 마지막 일기가 될지 모르는데 비관적인 글만 나열하는 거 같다. 어휴.. 


신년 목표를 이맘 때면 많이들 쓴다. 나는 1월 마지막 주에 있는 모의토익을 치는 게 아마 첫 목표일 듯하다. 뭐 졸업유예는 기정 사실이 됐다. 영어공인성적이 없다. 그리고 나쁘진 않은 거 같다. 대출금도 갚아야 할 거고 그런 모든 것들은 학생일 때 쉴드가 쳐져 있었던 거니까.


일도 해야 하는데 어렵다. 진짜..

룸메였던 친구가 대우건설에 붙었다고 연락 왔다. 다음 주부터 출근할 그 친구는 어떤 기분일까. 4년 동안 노력했던 걸 봤기에 대견스러울 뿐이었다.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도 여러 군데서 떨어지는 걸 봤으니까. 그래도 졸업과 동시에 바로 취뽀

대단한 친구다.


오늘은 미팅이 있다. 다음 주에 있을 촬영을 대비한 리허설 및 미팅을 오늘 한다고 했다. 먼저 캐스팅이 온 거라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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