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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호 Feb 17. 2024

굿바이 베가스

그냥 일기

웰컴투 라스베가스였던 게 1월 31일이었다. 무슨 말이냐고 한다면 글쎄, 그냥 여행 갔다는 걸 있어 보이게 표현하고 싶었던 거 같다. 1월 31일에 인천공항에서 출국했고 어제 귀국했다. 분명 미국에선 14일었지만 한국에 도착했을 땐 16일이 되어 있었다.


살면서 잊지 못할 순간들을 손에 뽑자면 손가락으로 부족할 거다. 그중에서도 몇 개를 추린다면 손가락으로 가능해질 때가 올 텐데 그때 내가 뽑을 두 개는 그랜드캐니언과 태양의서커스다.


태양의 서커스 카 쇼를 봤다. 이걸 뭐라고 형용할 수 있을까 생각했고 예술의 전당과 세종문화회관보다 더 큰 무대라고 해도 될 것 같았다. 사실 크기만 봤을 땐 비슷할 수 있지만 mgm 그랜드에 있는 태양의 서커스 극장은 극장 전체를 무대로 썼다. 극장 전체를 무대로 썼다는 것, 무대가 고정적이지 않고 움직일 수 있고 회전도 가능하다는 점, 연출에 있어서 한국에서 경험한 적도 본 적도 없는 하이 퀄리티였다는 것 등등은 태양의 서커스의 위엄을 느끼게 해주었다.


코로나 시절 중앙대에 학점 교류를 했었다. 연영과에 학점 교류 신청했지만 정작 학과에선 전공 수업을 받아주지 않았다. 아쉬운 마음에 나는 교양 강의라도 들었다. 그때 들은 게 뮤지컬과 연극이란 강의였다. 코메디아 델라르테의 계승 형태가 현대의 태양의 서커스라고 말했던 것 같은 기억이 남아 있는데


뭐 그냥 그랬다고. 태양의 서커스 후기는 하나로 요약 가능할 거 같다. 눈물이 났다. 무대를 보고 눈물 났고 저 무대를 꾸미기 위해 준비했을 노고를 생각하니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살아 있음을 느꼈다. 그랜드캐니언에서도 흘리지 않는 눈물이 카쇼를 보면서 나왔으니까. 그랜드캐니언은 정말 그냥 최고의 자연이었다. 한국에서 본 적 없었던 풍경이고 장경이었으니까. 사실 그랜드캐니언은 브런치에서 많이 찾아봤다. 글들을 보면서 라스베이거스를 향한 말들을 정리했다. 향락, 빛, 불빛, 사막


그랜드캐니언의 키워드는 당연 웅장함이었다. 독수리가 그대로 박혀있는 듯한 모습의 협곡. 협곡을 아우르는 안개와 안개가 거치자 드러나는 계곡(?)의 모습. 원주민들이 학살 당했다는 협곡 안을 상상하자 움찔, 할 만큼 높은 고도. 시원한 바람. 내리는 눈. 저 멋진 광경 뒤로 원주민들의 대우를 상상하면 아름다움을 충족시키는 과정이 필요할까 싶기도 했다. 뭐, 나도 카더라로 들은 거라 찾아보진 않았다. 학살된 곳이 그랜드캐니언이 맞는지, 아님 곳곳이었는지


글이란 게 안타까움을 느낀 건 그랜드캐니언을 묘사할 수 없다는 거였다. 사진으로도 담을 수 없는 자연을 문자로 표현한다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다운타운에서, 메인 스트릿에서, 라스베이거스에서의 일은 앞으로도 잊지 못할 거 같다. 여행으로 온 곳이 아니었지만 어쩌다 여행으로 끝난 일정에서


한국과 미국의 시차를 생각했다. 17시간의 차이지만 사람 사는 곳은 비슷하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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