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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호 Jan 26. 2024

따뜻한 도시에서 겨울을 보내면

그냥 일기


막연한 바람이 있었다. 바람보단 버킷리스트에 가까울 것 같다. 겨울엔 따뜻한 나라에서 보내고 더울 땐 시원한 나라에서 보내고 싶었다. 이유가 있을까. 한파인 요즘 날씨엔 다들 따뜻한 나라에 대한 동경이 있지 않은가. 아님 말고


뭐 그런 바람은 자연스레 해외여행으로 이어졌다. 해외, 내가 해외를 간다는 건 사치 같았다. 뭐, 이유가 있어서라기 보다는 돈이지 뭐. 돈이 이유일 텐데 어쨌든 말이다. 


다음 주 수요일 라스베이거스로 출국한다. 라스베가스로 알고 있었는데 네이버에 검색하니 라스베이거스라고 뜨더라. 다음 주면 현지에 가는데 이름 정도는 정확히 알아야 할 거 같다. 그래도 꼴에 미국 간다고 브런치에서 라스베가스를 검색해서 각종 후기를 보고 있다.


향락의 도시, 유죄 도시, 카지노 등 다양한 키워드가 보이는데 공통점은 화려, 사치, 불빛, 밤, 스트립 등이었다. 관광을 위한 도시라고 한다. 네이버 블로그도 보고 브런치도 보자 여행하고 싶다는 욕구가 솟았다. 그랜드캐니언에 가보고 싶고 태양의 서커스를 보고 싶고 3대 뷔페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 


특히 네이버블로그에서 그랜드캐니언을 보고 있자니 그 웅장함이 실로 궁금했다. 그런데 블로그 글을 보니 자연스레 링크가 첨부되어 있었고 그것을 누르자 여행사(?) 링크가 나왔다. 그랜드캐니언을 버스 투어로 15만원에 해준다는 거였다. 픽업이 이루어짐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조건 같았다. 특히 나의 경우 현지에서 운전을 할 것도 영어를 할 줄 아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무엇보다 나는 놀러 가는 게 아니었으니까.


촬영 때문에 해외를 갈 줄은 몰랐다. 2월 한 달 동안 체류해야 하며 촬영은 한 달 동안 거의 빼곡하게 차있다. 주에 2번 정도 쉬는데 이틀을 연달아 쉬는 게 아니기 때문에 어딜 간다는 건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했다. 그래도 다른 건 몰라도 그랜드캐니언을 가려면 차가 필요했다.


미국을 정말로 큰 도시였다. 그리고 대중교통의 경우 한국이 정말 잘 발달한 거라는 걸 다시금 느꼈다. 특히 서울에 사는 사람들은 공감할 거다. 5분 마다 오는 지하철은 가히 놀라울 정도니까. 지방에서 올라온 나는 서울의 교통에 놀라움을 그칠 수 없었다.


뭐 어쨌든,, 촬영이 없는 날엔 여행을 즐길 수 있으면 했다. 이럴 때가 아니면 언제 내가 미국에 가보겠는가.


근데 사실 촬영에 대해선 생각이 많다. 미국이란 말에 너무 취했던 거 같다. 


뭐 좋은 기회인 건 분명하다. 그리고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촬영으로 미국에 간다는 건 동료 배우들뿐 아닌 일반 친구들에게도 구미를 당길 소식이었다. 


어젠 오랜만에 서점에 들렸다. 서점에 들릴 생각은 처음엔 없었다. 홀덤펍을 가려고 상봉에 갔었지만 2지점은 모두 문을 닫았다. 면목에도 문을 닫았고 나는 하릴없이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아쉬움이 남았다. 텍사스홀덤을 배우기 위해 갔던 건데 배울 수 없었으니까. 데일리게임이 5만원 정도 든다고 하는데 나는 그것을 지불할 의사가 있었음에도 할 수가 없으니.. 생각해보라, 50분 정도 게임을 하는데 5만원이면 얼마나 비싼가.


뭐 그래서 꿩 대신 닭은 아니고 서점으로 갔다. 마침 이사도 한 책방이었기에 좋은 구실이 있었으니까. 축구는 한창이었고 뭐,, 말레이시아와 비긴 경기였다. 서점엔 사서쌤과 책방 사장이 있었고 텍사스홀덤을 하면서 미국 얘기를 꺼냈다. 확실히 누가 들어도 놀랄 일이긴 하다.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경비였다.


뭐,, 당연히 제작사쪽에서 경비는 지불해야 한다. 배우가 돈을 내는 것도 말이 안 되는 상황이니.. 뭐 근데 이건 일반인뿐만 아닌 영상업 종사자도 묻는다. 안 친한 감독은 내게 회차당 페이도 물었었다. 안 친한 감독이라 표기하면 되게 뭔가 기시감이 드는데,, 실제로 그냥 단편영화 촬영을 한 번 했던 사이밖에 안 되긴 하니까.. 그런 사이인데 보이스톡을 15분이나 한 건 실로 놀라울 뿐이었다. 


뭐 15분이니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했다. 처음엔 (출연)영상을 받기 위해 전화한 탓이기에 그 얘기를 하는데 5분 정도 썼던 거 같다. 영상 작업 중 이러이러한 문제가 생겨 완성을 할 수 없다고 했고 난 알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 뒤로는 그냥 뭐 심심했던 건지 아니면 이야기를 토할 상대가 필요했던 건지 아니면 그냥 그 감독이 인싸 체질이었던 건지 이것저것 대화가 오갔다. 


참고로 나는 INFP다. 


뭐 그랬었다. 사서쌤이랑은 사실 연이 깊진 않았다. 그냥 도서관에서 했던 프로그램이 있었고 나는 그 프로그램과 협업하는 대학교의 근로 학생이었다. 뭐 그랬다. 사서쌤의 이름도 어제 처음 알게 되었다. 그 이름을 어디서 들었는가 했더니 책방 사장의 인스타인가 글에서 봤던 거 같다. 아, 그 이름이 사서쌤을 가리키는 말이었구나. 사실 대화도 어제 처음 나눠본 거 같은데 귀여우신 분이셨다. 정말 행동이나 그런 성격이 귀엽다는 말이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언젠가 누가 그랬던 거 같다. 나는 귀여운데 나이만 먹었다고. 뭔가 그런 말과 딱 어울리는 게 사서쌤이었다. 물론 나이는 모른다. 그냥 일을 하고 있는 분이니 나보다 많지 않을까 어렴풋이 짐작할 뿐이다.


뭐 어쨌든 나는 딜링을 연습 중이다. 이게 참,, 대역을 썼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다. 물론 내가 딜링하는 장면을 따로 따진 않을 테지만 나는 극 중 배역이 딜러다. 최소한 어색하지 않을 만큼은 하고 싶다. 


브런치 일기는 아마 이 글을 마지막으로 잠정 쉬지 않을까 싶다. 쓴다면 1-2편 더 쓸 진 모르겠지만 아마 3월에 귀국해서 쓰든 뭐 2월에 미국에서 하루 쓰든, 모르겠다. 비행기 안에서 와이파이가 된다면 아마 쓰겠지만 와이파이가 있는진 모르겠다. 어우 근데 미국 가는데 비행시간이 11시간 이상이라는데.. 화이팅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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