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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호 Mar 10. 2024

대도시의 사랑법은 모르겠고

그냥 일기

오랜만에 일기를 쓴다. 현재 이태원에서 진행 중인 팝업 알바로 인해 시간이 부족했다. 그럼에도 일은 해야 하기에 오늘은 노트북을 챙겨왔다. 쉬는시간에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노트북을 켰다 뜌레주르에서.


뭐,, 얘기를 하자면 본가에 내려가기 전부터 언급해야할 것 같다. 그러니까 아마 2월 28일 쯤일 거다. 오랜만에 고향 친구들을 만나기로 약속했고 기차표도 예매한 상황 속 내려가기 하루 전 전화가 왔다. 그때 난 상상두목의 <이상한 나라의 사라> 공연을 보고 난 후였다.


남겨진 부재 중 전화를 보곤 바로 감이 왔다. 아, 이건 촬영이다. 바로 전화를 걸자 고딩엄빠였다. 오오.

그런데 연극 무대를 보고 난 직후이기에 아직 감흥이 충만할 때였다. 그래서 전화로 잡은 미팅이 제대로 생각도 안 날 정도였다. 후에 알고 보니 미팅이 아닌 오디션이었다. 뭐, 천천히 얘기해야 하는데 그런 성격이 난 못 되는 거 같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친구들에게 미안하다고 연락했다. 그래도 일은 해야하지 않겠니.

그렇게 목요일에 미팅(오디션)을 보러 갔다. 높은 건물이었고 한강뷰였다. 고딩엄빠가 큰 곳이었구나, 싶을 만큼 팀이 많았다. 그러고 누군지 모를 어떤 아저씨가 10분 뒤에 올 테니 대본 보라고 했다. 대본은 아침 드라마 같았고


10분 뒤에 온다는 아저씨는 15분인가 20분 뒤에 왔다. 그 아저씨 대신 젊은 남자가 마스크를 쓴 채 등장했고 오디션은 시작됐다. 오디션 시작하고 몇 분 지났을 때 아까 말한 그 아저씨가 왔다.


뭐, 잘 못 하기도 했는데 아저씨가 내게 말한 걸 내 워딩으로 표현하자면, 연기 못 한다였다. 그렇게 난 한강뷰를 보면서 충동에 빠졌다. 이대로 팔을 엑스자로 꼰 다음에 뛰어내리고 싶은 욕구가 강하게 들었지만 그럴 용기도 깡도 없었기에 그저 고개만 끄덕이며 그 방을 벗어났다. 나오고 나서 알았지만 대표방이었다. 그래서 한강뷰였나 싶기도 한데 솔직히 한강뷰가 예쁘진 않았다. 


그렇게 뭐든 눈에 걸리면 시비가 걸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현실은 소심인이라 지나가는 길에 붕어빵이나 사먹었다. 1000원에 3개를 파는 곳이 아직 있다니, 근데 맛 없었다. 붕어빵 맛 없기도 쉽지 않은데..


오늘은 술을 마셔야할 기분이다, 생각해 마시지도 못 하는 술을 마시려고 했다. 그래서 카톡을 열었지만 아무도 연락할 사람이 없었다. 이게 인생이구나 싶어서 오픈채팅을 찾아봤지만 여기서도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에타를 켰고 술 마실 사람을 구했다.


남자와 남자. 모르는 남자와 모르는 남자. 둘의 조합으로 술을 마시는 건 어색할 뿐이었다. 그래서 헌팅포차를 가는 계기가 됐다. 룸정이 유명하다는데 노원에 룸정이 있대. 이름도 모르는 그 남자애는 나보다 두 살 어렸다. 


헌팅포차에서 둘이서만 마시고 나오는 결말만은 꿈꾸고 싶지 않았는데, 뭐.. 그렇게 됐다. 새벽에 돌아오는 택시에서 현타가 왔던 거 같다. 이럴 거면 그냥 잠이나 잘 걸. 근데 5시 30분에 잡아둔 첫 열차를 타기 위해 그대로 난 청량리로 갔던 거 같다.


그렇게 본가에 갔다.

사실 저 하루 동안 쓸 이야기가 많았는데 시간이 지난 탓에 기억나질 않는다. 박상영 작가처럼 일기를 남길 마음이었는데..


팝업 알바는 심심한 하루가 늘어나고 있다. 이태원임에도 사람은 별로 오지 않았다. 그래서 편하게 돈 벌고 있지만 심심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4월에도 단기 알바를 하자는 제의를 받았는데, 어렵다. 4월엔 촬영을 해야 할 텐데. 진짜 모르겠다.

기왕 일기 쓰기로 한 거 어제 일도 써야지.

어젠 스케이트보드를 탄 어떤 삼촌이 반지를 주고 갔다. 삼촌은 내게 


형, 진짜 친절하다.


말하면서 자신의 손가락에서 반지 하나를 뺐고 다른 하나는 부사장한테 줬다. 반지가 따끈따끈했고.

부사장은 자신도 갖기 싫었는지 나에게 넘겼다. 손바닥에 모르는 반지와 또 다른 반지가 얹어졌고


스케이트보드를 탄 삼촌은 그렇게 바람처럼 사라졌지만 폭풍 같았고

ENFP라고 자신을 소개하던 고양이상 여성은 VR을 정말 재밌게 즐겨서 근처 알바생들이 구경을 재밌게 했다. 그 여성분은 VR을 구경하다


언니, 여기서 똥 싸면 진짜 잘 싸질 거 같아!!!


큰소리로 말했고 옆에 있던 언니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옆에 알바생한테 얘기했다.


저 정도로 놀랍진 않지 않았어요?


옆에 알바생은 묵묵하게 대답했다.


네.


아,, 사실 진짜 쓸 이야기 많았는데 제때 안 쓰니까 자꾸 까먹는다. 슬프다. 재밌게 쓸 자신 있었는데 기억이 나질 않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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