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호 Feb 25. 2024

와이셔츠를 다렸지

그냥 일기

길을 가다 바지를 내리곤

와이셔츠를 다렸지


시 같은 문장이라고 말하면 아는 사람들은 공감할 거다. 양홍원의 인스타에서 시집을 본 적이 있었는데 정말 읽고 있구나, 라는 걸 실감하는 가사였다. 뭐 이런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고


와이셔츠를 다린 적이 난 없다. 와이셔츠를 쫙쫙 피기 위한 다리미가 내 방에 없을 뿐더러 간이로 산 스팀다리기는 자신의 용도를 잊은 체 하나의 인형처럼 장식용이 됐다. 쭈굴쭈굴한 와이셔츠를 보면 다려야지 하는 생각도 드는데, 너무나 귀찮음이 앞설 뿐이다.


고등학생 때부터 별 관심이 없었다. 그냥 금요일이면 엄마는 내 교복을 빨아주셨다. 와이셔츠와 바지를 빨았고 화장실엔 와이셔츠와 교복 바지가 널려있다 다음 날이면 거실 빨랫대에 널려 있었다. 그렇게 월요일이면 그 교복을 입고 등교했고


엄마 또한 따로 다림질을 해줬던 기억은 나질 않는다. 그래서인지 딱히 다림질에 대한 필요성을 난 느끼지 못 했다. 


어젠 도서관에 왔다 보조배터리를 두고 왔다. 보조배터리를 찾으러 도서관에 왔지만 이미 사라진 상태였고. 옛날에 과외를 할 때도 보조배터리를 두고 온 적이 있었다. 24시간 카페였고 성균관 대학이 근처에 있어서였는지 성대생으로 보이는 학생들이 많은 카페였다. 


보조배터리를 꼭 충전시켜두면 까먹고 집에 돌아갔다. 어쩌면 보조배터리는 양말 같은 친구 아닐까. 어딘가로 잘 사라지고 잘 숨고. 그런데 양말처럼 뜻하지 않은 곳에선 나타나진 않고. 


나는 여전히 나를 모르겠다. 누굴 좋아하는 것도 모르겠고. 이런 내가 나이를 먹다 보니 26년이 지났다. 만 나이가 돌입되었지만 갑자기 나이를 줄이는 건 어색했다. 그래서 난 여전히 26살이고 앞으로도 1년씩 나이를 올릴 거 같다. 


여행을 갔다 오면 휴유증이 있다고 했다. 맞는 거 같다. 라스베가스의 뜨거운 태양이 생각난다. 따뜻한 날씨가 생각나고 파란 하늘이 떠오른다. 그때 있었던 일이 한여름밤의꿈처럼 다가오면 느낌이 이상할 뿐이다. 귀국한지도 내일이면 10일 째인데 아직 난 백일몽을 꾸는 것 같고


도서관은 거의 매일을 도장 찍는 중이다. 매일 온다고 누가 칭찬 스티커를 주는 것도 아닌데..


https://www.youtube.com/watch?v=_20UZ3mdDSI



작가의 이전글 잡은 두 손에 땀이 차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