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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호 Feb 23. 2024

잡은 두 손에 땀이 차도

그냥 일기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날 안 좋아해, 이 말이 하나의 공식처럼 다가오기도 했다. 서로가 좋아하는 사이는 생각보다 찾기 어려웠으니까. 그렇게 일방통행의 끝은 터널처럼 가늠이 안 됐다. 앞으로 몇 백 미터를 가야할지 몇 키로를 가야할지 몰라서 전조등을 켜고 달려나갔다.


나간다고 달라지는 건 없었다. 아직 고속도로였으니까. 그렇게 도착지를 향해, 휴게소를 중간중간 들리며 계속 운전을 할 뿐이다. 언젠간 도착할 바다를 생각하면서 강물이 흘러가듯


알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강물은 알고 있으니까, 언젠간 바다에 닿는다는 걸. 그렇기에 늘 좋은 결말만 생각하면 되는 동화가 세상과 닮았으면 했다. 뭐, 그렇지 않다는 건 모두가 알지 않을까. 그래서 댕댕이가 부러웠다. 눈이 오면 신나하는 애와 댕댕이를 보면서 저 둘의 연관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했지만


쌓인 눈 앞에선 모두가 평등했다.


뭐 이렇게 무슨 말인지도 모를 일기를 쓰는 걸까. 나도 나를 모르겠는데 글이라고 알겠는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손을 꼭 잡았다. 잡은 두 손에 땀이 차도 놓고 싶지 않았으니까. 근데 단 한번도 움켜잡아주지 않는 그의 손에서 난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결국 도착하면 우린 차에서 내려야 하듯 붙잡은 두 손은 언젠간 풀어야 했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해도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결국 나 혼자만의 착각 혹은 생각에서 헤엄치다 좁은 방 안에서 잠식되는 하루가 그려졌고


뭐, 결국 이런 일기도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냥, 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얘길해도 될까 항상 이건 어렵다. 진짜 일기였다면 쓸 수 있을 이야기들인데 말이다. 그냥, 철길을 오래 걸었다. 오래 같이 걷는다고 발걸음처럼 둘의 사이가 맞아지는 건 아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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