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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호 Mar 18. 2024

봄에 열리는 팝업

그냥 일기

11일 동안 이태원에서 열리는 팝업스토어에서 알바했다. 어제인 17일엔 회식을 했고.

사실 행사 때의 일을 일기에 쓰면 좋겠다는 생각이 꾸준하게 들었지만 너무 최근의 일이라 특정 인물이 언급되고 묘사될까 망설여지긴 하지만 내 브런치를 볼 만큼 한가한 사람들은 없을 듯했다.


뭐, 팝업 알바를 하게 된 건 하나였다. 촬영이 없었으니까. 한 달 동안 아무 촬영도 없었다. 미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오고 1달하고도 이틀이 지났는데.. 뭐, 하릴없지. 그래도 그 동안 미팅이나 연락을 주고 받고 다음 달에 찍기로 한 작품이 있고 그런 상태이긴 한데


작년부터 쭉 얘기했던 웹드라마와는 연결을 끊기로 했다. 처음부터 제대로 찍을 마음도 없어 보였고 시간만 계속 질질 끄는 제작 쪽 입장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리고 솔직히 굳이였다. 작년엔 찍으면 좋지, 였지만 이젠 정말 말그대로 굳이, 였다. 뭐, 이런 사족은 그만하고


알바는 정말 평범하다면 평범했다. 팝업에 가면 옆에 서 있는 스태프였으니까. 그리고 누군가는 그 일을 분배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하고 그런 스케줄표는 모두가 만족할 수 없다는 건 사실일 거다. 그런데 항상(?) 안타까운 건 열심히 하는 사람이 더 고생하는 구조가 이해되지 않았다. 열심히 하고 잘하는 사람에겐 인센티브가 가야 하는데 그게 당연시되는 그런 게 난 이해되지 않았다는 표현보단 싫었다는 말이 맞는 거 같았다.


그래서 난 열심히 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성격이 이래서 어느 순간 열심히 하고 그랬지만 기본적으로 꿀 빨 수 있을 땐 빨아야 한다는 입장이고 나서서 일하고 싶진 않다. 내가 일을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한다고 돈을 더 주지 않으니까. 너무 간단한 이 이야기는 팝업의 시작부터 회식까지 이어졌다.


어제 회식에선 너무 간단한 일화가 있었다. 회식 지원비로 30만 원을 팀장이 받았다. 그리고 회식에 참여하는 이들은 각각 팀장에게 2만 원을 송금했다. 그런데 테이블에선 33만원이 나왔다. 정확힌 33만 6천원. 난 그 2만원이란 돈의 행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카카오페이로 보냈던 2만원에 송금 취소를 눌렀다.


뭐 다음 날이 되니 단톡방에 팀장이 의견을 올렸고 회식에 참여한 이들에게 만원을 돌려주겠다는 의견으로 합치됐다. 그래서 음.. 팀장에게 만원을 보낼까 하다가 보내지 않았다. 오해가 있을 것 같았지만 굳이 나서서 얘기하고 싶진 않았다.


그리고 사실 위 언급한 사실보다 더 중요한 내용이 있는데 적기가 살짝 애매하다. 바로 어제의 일도 아닌 오늘의 일이여서 그런가.. 


뭐, 그래도 얘기를 좀 더 하자면


난 회식에 늦참했다. 1시간 30분 정도 회식이 진행된 이후에 참여했었는데 사람들은 이미 거나하게 마신 상태였다. 도대체 그 짧은 시간 사이 어떻게 된 일일까 생각하다 다른 사람에게 물어봤다. 시간이 짧으니까 빨리 마셔서 그런 거 같다고. 뭐, 너무나 당연한 대답이 나와서 나도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테이블은 두 개로 나뉜 상황이었고 한 쪽에선 술게임이, 한 쪽에선 진대를 하는 듯한 모습이 보였다. 음.. 뭐 잘은 모르겠지만 입장샷이라고 글라스에다 소주를 따라다주는데 


저, 술은 괜찮아요


하기가 뭐했다. 근데 진짜 술을 잘 안 마시는데 뭐,, 이미 달아오른 분위기의 회식 장소에서 넌씨눈이 되긴 싫어서 고개를 돌리고 꺾어 마셨다. 언제 먹어도 쓴 소주의 맛은 고개를 찡그리게 만들었고


취한 여자애를 위로해준다고 나가는 팀장을 보며 눈이 더 찡그려졌다. 00씨가 너무 취해서 데라다줘야할 거 같아요, 라고 말하는 팀장을 보며


택시 잡아주면 되잖아요


말할 순 없었고 다른 사람들도 별 관심 없었던 거 같다. 내가 예민한가 싶었는데 팀장이 여미새라는 것에 동감하는 알바생들이 꽤 있었고


알게 모르게 뭔가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 있는 거 같아 동질감이 들었다. 사실 술 한잔이란 변명으로 다들 윤리 필터를 꺼놓을 걸지도 모르는데


뭐, 위에서 얘기한 그 공평함을 생각해보면 사실 공평하게 돌아갔을 수도 있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그렇지만 그게 가능하려면 관리자의 역량이 정말 중요했다. 아니 인성이라고 해야 할까. 모르겠다. 나도 사실 공평하게 일을 돌리는 관리자가 될 수 있냐고 하면 그건 아닐 거 같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여미새인 점을 빼면 팀장은 괜찮은 관리자였을 거 같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런 나의 판단조차 사실 굉장히 건방진 행위일 수 있을 거고


그런데 일기니까, 이렇게 쓰는 거 아니겠는가. 공개일기가 아니었다면 이미 청소년관람불가 일기가 되었을 거다. 그래서 생각해둔 건 그냥 한글 파일에다 작성하고 알아서 필터링을 씌운 채 브런치에 올릴까 생각 중이다. 이렇게 하려는 이유는 정말 굳이다. 남들이 봤을 때 겨우 그런 이유야? 할 만큼의 굳이. 그래도 그 굳이 때문에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는 점과 그게 동기가 될 때도 있다는 것


난 그 굳이를 좋아하면서도 싫어한다. 전여친 같은 존재 같다. 그래도 그 굳이, 를 귀찮아하면서도 지키려는 이유는 재미 때문이다. 이 이야기를 쓰면 꼭 박상영 소설처럼 될 거 같단 느낌이 들지만, 매번 벽을 느끼고 있다. 내가 쓴 이야기는 소설도 수필도 그리고 재미도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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