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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호 Mar 19. 2024

사랑받고 싶어

그냥 일기

사랑하는 걸 모르는 탓인지 받는 방법도 모르겠다. 사랑받고 자란 사람은 티가 난다고 어디선가 읽었고 그 느낌이 무엇인지도 알 거 같은데


거울을 봐도 난 잘 모르겠다. 귀하게 자란 것과 사랑받고 자란 것은 분명히 다른 거고


사랑스러운 사람을 알게 됐지만 사랑스럽다는 것은 사랑하는 것과도 달랐으며 사랑받는다는 것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였다. 이런 말장난들이 모여서 하루가 되고 일주일이 된다고 생각했는데 며칠을 쭉 지켜보아도 롯데타워가 희미하게 보였다. 오늘도 미세먼지가 가득한 거 같아서 마스크를 챙기고 나가는 일이 잦아졌고


알바하는 매장 앞에선 공사를 진행 중이었다.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먼지를 보며 마스크의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코 부분을 얼굴과 밀착되게 눌렀고


오늘은 날씨가 흐리다. 비 올 확률이 45프로였는데 55프로의 확률로 흐린 날씨가 이긴 거 같다. 오랜만에 도서관을 왔고 도서관 6층에서 바라보는 건너편의 하이렉스파를 본다. 사우나, 안 간지 몇 년이 지난 거 같은데


알바가 끝나서 다른 알바를 찾아보지만 인력도 과포화 현상인지 쉽게 알바가 찾아지질 않는다. 단기 알바만 계속하니까 뭔가 철새가 된 기분이기도 하고


어딜가든 보이는 친목이 달갑게 보이질 않았다. 쟤는 왜 저기서 근무하고 나는 왜 여기서 해야하지, 이 생각의 끝엔 항상 비관적인 내 태도가 남았고


스냅 촬영만 하다 스튜디오 촬영을 하기로 했다. 프로필 사진만 찍다 보니 스튜디오에서 어떻게 찍어야할지 벌써 어색함이 돌 것 같은데


얼굴에 올라온 여드름을 보면서 괜히 화가 났다. 어딘가 시비걸 곳도 마땅하지 않아 거울을 노려봤지만 나밖에 보이질 않았고


팝업 알바하면서 얻은 게 여드름이라니, 우스갯소리로 말하고 싶지만 진짜였다. 사실 근데 그걸 떠나 한 달 전 미국에서 내 생활을 생각하면 여드름이 안 나는 게 이상했던 거 같다. 업보랄까. 그래서 뭐 사진 찍는데 이렇게 된 게 슬픈 거지, 하릴없다.


동묘 근처인 스튜디오라 동묘시장을 갈까 생각 중이다. 돗자리에 깔아두고 판매하는 옷들을 보자 신기함을 감출 수 없었고


나에게 동묘시장은 그냥 당근마켓처럼 보였다. 엄마를 데리고 가자 굉장히 싫어했다. 아빠가 말했다. 너희 엄마는 아울렛 같은 데 가야 한다고. 그 말을 듣고 동묘시장에 깔린 옷을 다시 봤다. 구제의 다른 말은 중고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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