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호 Apr 06. 2024

오드아이 고양이를 보았다

그냥 일기

축서사에서 내려오는 길, 우리는 잠깐 정자에서 쉬었다. 주변에서 사온 화덕피자를 먹기 위해서였고 정자보단 납작하게 누운 바위가 먹기 좋아 보였다. 바위는 꼭 식탁 같아서 피자를 얹고 종이컵에 콜라를 부어도 안정적으로 세팅되었다. 피자를 한 조각 먹는 중 멀리서 다가오는 회색 고양이가 보였다. 우리가 고등어라고 부르는 색깔과는 다른 색의 고양이었다. 굳이 비유하자면 하얀색이었던 털에 떼가 묻어 회색이 된 듯한 느낌이었고 그 고양이는 점점 다가왔다. 고개를 빼곰, 내민 얼굴과 마주치자 고양이의 눈 색깔은 양안이 달랐다. 오른쪽은 파란색 왼쪽은 주황색. 꼭 인터넷에서만 보던 색깔에


나도 모르게 오드아이라고 외쳤다. 처음 보는 모습에 신기함을 감출 수 없었고 고양이는 피자에 눈을 뗄 수 없는 듯했다. 아마 서로가 서로에게 처음인 무언가를 보여주는 듯했다. 고양이는 아직 다 크지 못한 듯 몸이 작았고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듯했지만 그렇다고 손을 탄 느낌도 없었다. 그저 일정 거리를 둔 채 우리의 눈치를 보다 조용히 사라졌다.


사실 고양이 이야기를 쓸 건 이게 끝이다. 더 나아가는 이야기도 없는 망망대해 같다. 바다 위에서 표류하는 작은 선박처럼 조용하고 평범한 이야기. 이야기도 아니고 이건 그냥 뭐 사담 아닐까. 소설처럼 시작해서 이도저도 아닌 글로 남을 어떤 일기가 될 거고


그런 일기가 모여서 삶을 대변한다는 것은 뭔가 거대 담론 같았다. 언제나 나와 거리가 멀어 보였고


너무나 좋은 사람을 알게 되었지만 그 사람을 생각하면 자꾸 마음이 아프다. 마음이 아프다는 말은 너무 추상적이고 불친절하기에 조금 더 구체화하면 아리다. 마음이 아리다는 표현이 이렇게 적절할 줄은 몰랐다. 왜 아릴까. 이 아림의 기억을 따라가면 하루가 있었다. 그 친구를 생각하면 마음이 정말 아렸고 그 이유 모를 통증을 1년 뒤엔 알게 되었다.


너무나 좋은 그 사람은 하루를 닮았다. 그 사실 때문인지 자꾸 마음이 아프다. 나도 내 마음을 모르겠고 어디까지 인터넷에 표현할 수 있을진 모르겠다. 

작가의 이전글 벚꽃엔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