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일기
축서사에서 내려오는 길, 우리는 잠깐 정자에서 쉬었다. 주변에서 사온 화덕피자를 먹기 위해서였고 정자보단 납작하게 누운 바위가 먹기 좋아 보였다. 바위는 꼭 식탁 같아서 피자를 얹고 종이컵에 콜라를 부어도 안정적으로 세팅되었다. 피자를 한 조각 먹는 중 멀리서 다가오는 회색 고양이가 보였다. 우리가 고등어라고 부르는 색깔과는 다른 색의 고양이었다. 굳이 비유하자면 하얀색이었던 털에 떼가 묻어 회색이 된 듯한 느낌이었고 그 고양이는 점점 다가왔다. 고개를 빼곰, 내민 얼굴과 마주치자 고양이의 눈 색깔은 양안이 달랐다. 오른쪽은 파란색 왼쪽은 주황색. 꼭 인터넷에서만 보던 색깔에
나도 모르게 오드아이라고 외쳤다. 처음 보는 모습에 신기함을 감출 수 없었고 고양이는 피자에 눈을 뗄 수 없는 듯했다. 아마 서로가 서로에게 처음인 무언가를 보여주는 듯했다. 고양이는 아직 다 크지 못한 듯 몸이 작았고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듯했지만 그렇다고 손을 탄 느낌도 없었다. 그저 일정 거리를 둔 채 우리의 눈치를 보다 조용히 사라졌다.
사실 고양이 이야기를 쓸 건 이게 끝이다. 더 나아가는 이야기도 없는 망망대해 같다. 바다 위에서 표류하는 작은 선박처럼 조용하고 평범한 이야기. 이야기도 아니고 이건 그냥 뭐 사담 아닐까. 소설처럼 시작해서 이도저도 아닌 글로 남을 어떤 일기가 될 거고
그런 일기가 모여서 삶을 대변한다는 것은 뭔가 거대 담론 같았다. 언제나 나와 거리가 멀어 보였고
너무나 좋은 사람을 알게 되었지만 그 사람을 생각하면 자꾸 마음이 아프다. 마음이 아프다는 말은 너무 추상적이고 불친절하기에 조금 더 구체화하면 아리다. 마음이 아리다는 표현이 이렇게 적절할 줄은 몰랐다. 왜 아릴까. 이 아림의 기억을 따라가면 하루가 있었다. 그 친구를 생각하면 마음이 정말 아렸고 그 이유 모를 통증을 1년 뒤엔 알게 되었다.
너무나 좋은 그 사람은 하루를 닮았다. 그 사실 때문인지 자꾸 마음이 아프다. 나도 내 마음을 모르겠고 어디까지 인터넷에 표현할 수 있을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