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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호 Apr 08. 2024

제7회 중국희곡 낭독공연 - 나는 반금련이 아니야

후기(?)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낭독극을 진행했었다. 중국의 희곡 중 하나인 <나는 반금련이 아니야>는 류전원 소설 원작이 있는데











낭독극을 보면 소설 원작이 궁금해진다. 소설을 본 교수자의 의견에 따르면 당대 중국의 상황이나 각 성마다의 특징이 잘 살아 있었다고 한다. 우리로 치면 도나 시마다 다른 분위기를 뜻하는 걸 거다. 


낭독극은 아무래도 조금 각색을 한 듯하다. 굉장히 결말은 뭐랄까, 우스꽝스럽다고 표현하면 적절한 표현일까.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 소설을 본 적 있었는데 그 작품도 되게 결말이 재밌었다. 정말 순수한 의미의 재미였다. 중국 작품을 몇 개 보지 못해 함부로 도출하진 못 하지만 내가 본 두 작품(나는 반금련이 아니야, 허삼관 매혈기)의 결말은 굉장히 재밌게 끝났다. 희화화, 유머러스 등등 다른 단어도 생각해봤지만 마땅한 단어를 못 찾겠다. 그냥 진짜 결말이 약간 우스꽝스럽게 끝난다. 















이게 중국의 문화인지 뭔진 모르겠는데


어쨌든 작품의 주인공인 이설련은 순수한 인물이었고 정의로운 인물로 보였다. '이십 년 동안 참깨가 수박이 되고 개미가 코끼리가 되도' 우지끈하게 고소를 진행하는 인물이었다. 한편으론 굉장히 미련스러울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그는 앞서 얘기했듯 정의로웠다. 진옥화를 고소함과 동시에 자기 자신도 고소하겠다고 말한 인물이니까.












하지만 이설련은 시간이 지날수록 본래 고소의 목적을 잊어버린다. 자신을 농락(?) 한다고 여긴 하급 관리나 공무원을 고소하게 된다. 자신을 무시한 인물들에 대해 복수하고 그는 점점 메데이아처럼 악녀가 되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녀의 죄명은 점점 많아질 뿐이었다. 어느 순간 자신이 진짜 반금련이 아님을 밝혀야 하는 상황까지 오게 된다












작 중 이설련은 집착이라고 표현할 만큼 과한 모습을 보인다. 자기 자신을 위로했으면 한다고 자신의 아들이 그랬지만 이설련은 듣지 않는다. 끝내 고소의 시발점이었던 진옥화의 사망에 그녀의 한 생애를 바친 고소 이야기는 허무하게 끝나기까지 한다. 하지만 이설련이 집착했던 건 단순 자잘못을 따지는 재판이 아니었던 거 같다.







그깟 고추 때문에 사람이 이럴 수도 있는 겁니다. 그게 사람입니다. 그깟 고추 때문에. 그깟 고추 때문에. 

-장우재, <옥상 밭 고추는 왜>, 이음희곡선, 97쪽.







장우재 작의 <옥상 밭 고추는 왜>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그깟 고추 때문에. 누군가에게 그깟 고추 따위였지만 누군가에겐 그 고추 키우는 것이 살아가는 이유였던 거였다. 이설련에게 고소는 자신의 억울함을 풀기 위함 그 이상의 의미를 내포했을 거다. 







재란 : 그게 고추야? 응? 그게 중요해?


현태 : 아무리 그게 고추라도 그 사람한테는 그게 살아가는 희망이 될 수도 있는 거라고.


.


.


.


현태 : 엄마, 진짜 모르겠어? 세상이 왜 망가지는지. 그런 게 아무 일도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세상이 점점 더 이렇게 되는 거야.




-장우재, <옥상 밭 고추는 왜>, 이음희곡선, 30쪽.







누군가에겐 결국 그깟 일에 치부될 일이고 미련스러워 보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근데 이설련이 보여준 행위는 촛불을 키는 행위처럼 사소하지만 변화를 밝히는 일이었을지 모른다. 한 사람이, 한 소시민이 만들어낸 고소라는 행위는 관리들의 두려움을 떨게 만들었고 전당대회에서까지도 그 위엄을 형성했으니까. 




뭐, 이런 얘길 뒤로 하고 낭독극 후기만을 순수하게 남겨보면서 이 글을 끝내려고 한다.


낭독극이여서 다가오는 아쉬움은 사실 부정할 수 없었다. 너무나 연기를 잘해 오히려 부담될 정도였으니까. 뭐 이런 모순적인 말이 있겠는가 하겠지만 나는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굳이 비유하면 매드무비를 보는 느낌이었다. 게임 전체가 아닌 하이라이트를 보는 느낌. 90분 동안의 축구 경기가 아닌 10분 내외의 하이라이트. 누가 골을 넣었고 먹혔고 하는 축구 경기 하이라이트. 



뭐 지극히 내 개인적인 감상이다. 이설련에게 몰입될 수밖에 없는 상황과 낭독극을 처음 접한 신기함이 공존했다. 그리고 국립극단은 역시 위상이 높았다. 대학로의 소극장을 돌아다니다 명동에 오니 사람이 가득해서 좋았다. 다른 극장에도 사람이 가득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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