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일기
로망 중 하나는 자취였다. 청춘 영화처럼 친구 집에서 자고 싶었으니까. 그게 나의 집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유는 모르겠다. 어쨌든 내 자취의 실현은 작년이었다. 25살에 기숙사를 탈출해 작은 원룸에 한 달 동안 살았다. 그러고 LH전세대출을 통해 전세로 투룸을 이동했다. 그렇게 공식적인 내 자취는 2023년 3월부터로 정했다.
집들이에 대한 로망은 수순이었다. 누굴 부를까. 뭘 해줄까. 친한 친구를 부르는 건 어쩌면 달과 해가 뜨듯 자연스러움 같았다. 누구는 부모를 불렀다고 하는데 난 불속성 효자라 그런지 나와는 먼 이야기 같았다.
우리 집, 나의 장소, 나의 사적인 공간에 들어온 사람들. 선을 넘은 사이는 손절이거나 친구이거나 둘 중 하나 같았다. 친한 친구가 놀러오자 넓게 느껴졌던 투룸이 좁게 느껴졌다. 당시 가스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아직 꽃샘추위로 추웠던 봄을 춥게 보냈던 거 같다. 그렇게 찬 방에서 자고 간 친구들에게 미안하지만 그렇게 떠드는 동안은 따뜻했던 거 같다. 대학 생활을 하면서 꼭 맛있는 밥을 해주고 싶었던 친구들이었고 다들 졸업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사회에 뛰어들었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작은 엠티 같았다.
뭐 자취도 우당탕탕하다 보니 1년이 지났다. 자취 생활 1년차라고 말하긴 어디가서 애매한 것 같지만 뭐 그래도 살고 있다. 집주인은 봄에 목공작업을 해주기로 했지만 소식은 감감하고
어젠 서점에 가서 시집을 두 권 샀다. 이제니의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를 모르고와 아마도 아프리카. 도서상품권을 받았었고 지역 문고에서만 쓸 수 있는 2만원짜리였다. 개인적으로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를 모르고> 시집 제목은 백예린을 연상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