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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호 Apr 12. 2024

우리 집에 초대합니다

그냥 일기

로망 하나는 자취였다. 청춘 영화처럼 친구 집에서 자고 싶었으니까. 그게 나의 집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유는 모르겠다. 어쨌든 자취의 실현은 작년이었다. 25살에 기숙사를 탈출해 작은 원룸에 동안 살았다. 그러고 LH전세대출을 통해 전세로 투룸을 이동했다. 그렇게 공식적인 자취는 2023년 3월부터로 정했다.


집들이에 대한 로망은 수순이었다. 누굴 부를까. 뭘 해줄까. 친한 친구를 부르는 건 어쩌면 달과 해가 뜨듯 자연스러움 같았다. 누구는 부모를 불렀다고 하는데 난 불속성 효자라 그런지 나와는 먼 이야기 같았다.


우리 집, 나의 장소, 나의 사적인 공간에 들어온 사람들. 선을 넘은 사이는 손절이거나 친구이거나 둘 중 하나 같았다. 친한 친구가 놀러오자 넓게 느껴졌던 투룸이 좁게 느껴졌다. 당시 가스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아직 꽃샘추위로 추웠던 봄을 춥게 보냈던 거 같다. 그렇게 찬 방에서 자고 간 친구들에게 미안하지만 그렇게 떠드는 동안은 따뜻했던 거 같다. 대학 생활을 하면서 꼭 맛있는 밥을 해주고 싶었던 친구들이었고 다들 졸업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사회에 뛰어들었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작은 엠티 같았다.


뭐 자취도 우당탕탕하다 보니 1년이 지났다. 자취 생활 1년차라고 말하긴 어디가서 애매한 것 같지만 뭐 그래도 살고 있다. 집주인은 봄에 목공작업을 해주기로 했지만 소식은 감감하고


어젠 서점에 가서 시집을 두 권 샀다. 이제니의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를 모르고와 아마도 아프리카. 도서상품권을 받았었고 지역 문고에서만 쓸 수 있는 2만원짜리였다. 개인적으로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를 모르고> 시집 제목은 백예린을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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