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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호 Apr 20. 2024

숨바꼭질

그냥 일기

매일 쓰는 일기는 귀한 거라고 했다. 시작하자마자 무슨 개소리인가 할 테지만 난 그렇다고 생각한다. 일기는 글이고 글은 돈이니까. 매일매일 돈을 쌓는다고 생각하면 일하는 거니까. 일기로 돈 버는 사람이 누가 있겠냐고 하겠지만


생각보다 많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기를 달달이 파는 사람도 있으며 책으로, 산문집으로 내는 작가도 있다. 그렇다면 그건 작가니까 해당하는 이야기 같아 보이겠지만


나 같은 경우만 해도 일기를 많이 참고한다. 소설도 시도 희곡도 현실과 동 떨어진 게 아니니까 일기에서 영감을 찾고 빌리곤 한다. 뭐 내가 말해봤자 딱히 와닿진 않겠지만


그 동안 게을렸던 나를 반성하는 중이다. 일기를 꾸준히 썼었으면 에세이집 하나는 1시간 안에 묶을 수 있었을 텐데 써둔 게 없었다. 군대 때는 매일 썼던 거 같은데 신기하다. 그땐 그렇게 시간이 많았으니까 했던 거 같다. 글을 쓰고 운동을 하고 그래도 시간이 남아서 영화를 보고 휴대폰을 만지고 음악을 듣고 게임을 하고


어떤 시간도 지나가면 후회 혹은 미화가 되는 거 같다. 놓친 인연을 그리워하기도 하고 후회하기도 하고 그랬으니까. 어떤 돌이킴도 의미가 없다는 걸 이성적으로 누구보다 잘 아는 거 같은데도


그게 잘 안 된다. 길 가다 발견한 지갑처럼 자꾸만 눈이 간다. 자꾸만 현찰을 확인해보고 싶어진다. 이건 너무 비약이지만 난 지갑을 줏어본 적 없다. 한번은 줍고 싶다. 난 어떤 반응을 할지 너무나도 내 스스로 궁금하니까.


방에 인형이 많아졌다. 쿼카 인형, 눈사람 인형, 호랑이 인형, 북극곰 인형, 블랙토끼 인형, 오리 인형, 시바견 인형 둘. 각각 출처도 있다. 쿼카 인형은 작년 축제 때 당첨된 거다. 작은 쿼카가 새싹을 손에 꼭 쥐고 있고 새싹만 입체적으로 튀어나와 있는 쿼카 인형. 쿼카는 시종일관 웃고 있다. 눈사람 인형은 남이섬에서 부모님이 사준 거다. 소품으로 쓰라고 했는데 언제 쓰일려나. 눈사람 인형에 붉은 목도리가 메인 형태다.


호랑이 인형은 백두대간수목원에서 산 걸 거다. 이것도 부모님이 사준 거로 기억한다. 작은 호랑이 인형으로 사실 사준 게 아니라 집에 있던 걸 내가 갖고 왔던 거 같다. 자세한 게 기억이 나질 않고 평범한 호랑이 인형으로 크기는 고양이보다 작다. 북극곰 인형은 코카콜라다. 미국에 갔을 때 코카콜라 스토어(?)에서 샀다. 우리가 아는 광고 속 그 북극곰이며 코카콜라는 들고 있지 않고 붉은 목도리만 메고 있다. 블랙토끼 인형은 아직 케이스 안에 있는 새상품으로 엑스오디너리에서 산 굿즈다. 아마 중고거래로 팔릴 운명이고


오리 인형은 수학여행 때 에버랜드에서 친구가 인형뽑기에서 뽑은 거다. 그래서 러버덕? 그 친구를 닮은 하얀 오리인데 때가 탔다. 전에 장수양 시인과 문보영 시인이 길이음에 왔을 때 들고간 적 있는 인형이기도 하다. 나에게 소중한(?) 물건을 갖고 오라고 해서 당시 저 인형을 챙겼다. 무슨 소중함보단 그냥 그랬던 기억이 나는 인형이었는데 시인이 말해준 말이 인상 깊었다. 근데 그때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은 나질 않고 인상 깊었던 기억만 남아 있는 아이러니다.


시바견 인형은 학교 에타에서 받아온 친구다. 방 뺀다는 학생에게서 받았던 인형으로 베개로 쓸 만큼 크기가 있는 친구다. 이 친구들과 쿼카 인형은 촬영 소품으로 사용하기도 했었는데 부모님이 우리 집에 자고갈 때면 아빠가 어김없이 베고 자는 친구이기도 하다. 검정 시바와 갈색 시바 이렇게 둘이 눈 감고 있는 모습이다.


갑자기 왜 얘길 한 건진 나도 모르겠다. 아침부터 비가 오고 미세먼지는 3일 내내 나쁨이고 목이 탁한 기분이 드는 하루라서 그럴까. 아침엔 도서관에 갔다. 스케이트 보드 강습이 있는 오늘이었는데 비 때문에 취소가 되기도 했다. 10시 정도에 간 도서관엔 사람들이 이미 즐비했다. 요 며칠 도서관 엘베가 고장나서 열람실인 6층까지 오르고내리고 했었다.


인형 얘기에서 빼먹을 뻔 한 게 있다. 내 가방에 달고 다니는 키링인 고래 인형. 보라색 고래로 눈알 중 하나가 빠져서 애꾸가 됐다. 한 눈으로 보고 살아가는 보라색 고래이지만 내 가방에서 계속 헤엄치는 중이다. 1년도 안 된 친구이지만 때가 많이 탔고


비가 오니 내일은 날씨가 좋을 거 같다. 미세먼지도 덜 할 거고. 날씨도 봄 다울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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