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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호 Oct 14. 2022

LAZY DOG

일기라니

https://www.erikjo.com/work


여의도 63빌딩에 가서 봤던 기억이 난다. 전시회를 지금까지 유의미하다고 느껴본 적 없었는데, 이 작가는 달랐다. 사실 지금까지 좋았던 전시회는 에릭 요한슨과 배우 100선이었다. 그 중 가장 좋았던 곳은 배우 100선이었고 (아마 합정 스페이스?) 관심 분야여서 좋았을 지도 모르겠다.


하여튼 그중 게으른 개가 좋다. 뭐랄까. 요즘 애완동물의 상황을 너무 잘 보여주는 거 같다. 유모차에 타고 다니는 개, 안고 다녀지는 개 등. 어떤 사람은 이걸 보고 사람이 산책시키는 것을 귀찮아하는 거로 봤다고 한다. 여러 관점으로 보일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좋은 작품이겠지.


오래도록 개를 키웠고 고양이보다 댕댕이가 좋지만 동물과 사람 사이엔 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내가 IFNP여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난 관심이 생기면 선을 자주 넘는 사람이었고 모순적이게도 내 선을 넘어오는 사람을 거리뒀다. 이런 성격 탓인지 주인과 애완동물이라는 관념을 지우지 못한다. 물론 주종 관계이기 전에 좋은 친구인 건 당연 사실이다.


요즘은 말을 꺼내기 무서운 시대가 온 것 같다. 나는 동물을 너무 사랑하는데 이런 표현을 하면 혐오로 몰릴까 봐. 나는 페미니스트도 반페미니스트도 관심 없는데 둘 중 하나로 치부된다. 좌파, 우파도 마찬가지. 사람이 뭐에 소속될 필요는 없는 것 같은데 말이다. 물론 어중간한 중간이 가장 나쁘다고 말하기도 한다. 인정. 그런데 그것도 상황마다 다르지 않을까. 알고 떠드는 거랑 모르고 떠드는 게 다르듯이.


댕댕이 얘기에서 빠질 수 없는 건 수호다.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에세이라니>에서 수호에 관해 쓴 적이 있다. 처음으로 기른 강아지. 고양이보다 댕댕이가 좋은 건 항상 옆에 있어주니까. 맹목적으로 나를 좋아해준 건 엄마랑 수호밖에 없었던 것 같으니까.


에릭 요한슨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톡톡 튀는 작품이 많이 보인다. 만드는 과정도 신기하다. 사진에 편집을 입히는 과정은 너무 신기하다. 찍는 거 자체는 별로 안 걸리지만 편집 때문에 몇 달에서 몇 년까지 걸리니까. 


예술은 어렵다. 뭔지도 모르겠고. 내가 하는 행위가 예술이냐고 묻는다면, 그 정도는 아니지 않을까. 브런치엔 많은 글이 있다. 작가 신청에 까일 때마다 오기가 생겼다. 한편으론 하기 싫은 마음도 생겼다.


창작의 날씨도 있고 네이버 블로그도 있고 노트에 직접 쓰는 일기장도 있고 과제로 쓰는 글도 있고 책 리뷰도 있고 요즘은 글 쓸 게 넘쳐난다. 좀 줄을 필요가 있는 것 같은데 이대로 멈추면 영원히 멈출 것만 같다. 힘들다고 한번 달리기 포기하면 많은 사람들이 나를 추월할 것 같다.


이런 강박이 나를 괴롭혔다. '외로움이 괴로울 줄 몰랐지'라고 얘기한 오왼의 가사가 생각났다. 외로움과 강박은 세트였고 조삼모사마냥 아침 저녁 주기적으로 정도만 다르지 찾아왔다. 적당히 우울하면 입맛이 좋고 심하게 우울하면 입맛이 없다고 성시경의 라디오에서 들었는데


심하게 우울해버릴까


말한 위트있는 성시경의 멘트가 생각난다. 물론 작가가 써준 거겠지만 진행자의 개성에 입각한 원고를 쓴다는 건 그만큼의 능력이니까.


어떤 선배의 브런치를 봤다. 그럼에도 내가 글을 쓰는 이유. 뭔가 글이 저주 같았다. 

어떤 사람이 그랬다. 문창과 싫다고. 왜냐고 내가 묻자 그는 말했다. 모든 일을 글로 쓰잖아.


그렇네. 부정할 수 없었다. 내가 쓴 글이 누군가에게 실망이 되고 오해가 되는 건 끔찍한데, 이미 저질러버린 것 같다. 존경하던 교수님에게 혹시라도 해를 끼친 건 아닐까. 글을 쓸 때 앞으로 더 조심하게 된다. 실명을 거론하는 걸 삼가고 최대한 은유한다.


사람이 어떻게 그래요. 옛날 이승환의 노래였었나. 좋은 사람 만나긴 너무 힘들다. 좋은 사람이 뭐냐고 물으면 한참을 고민하겠지만 그럼에도 정답은 있는 것 같다. 마음 잘 맞는 사람 아닐까. 마음 잘 맞는 게 가장 어렵다는대. 진짠 거 같다. 


고양이 같은 사람도 너무 좋은데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그런데 요즘은 댕댕이 같은 사람이 자꾸 눈에 들어온다. 아, 눈을 감고 다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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