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호 Jun 07. 2024

우리 생각할 시간을 가져요

그냥 


이젠 정말 여름인 걸 부정할 수 없는 것 같다. 무더운 날씨에 땀이 샌다. 벌써 에어컨은 과한 거 아닌가 싶다가도 열차 안처럼 갑갑한 공간에선 정말로 필요한 거 같고


4일엔 문경에 촬영을 갔다. 별 정보를 알려주지 않았고 페이도 솔직히 메리트가 없었다. 교통비를 제외하면 남는 게 거의 없을 정도였으니까. 어쨌든 그곳에서 배우(?) 3명을 만났다. 뭐 배우지망생으로 써야지 사람들이 오해 안 하려나. 뭐 어쨌든 나와 비슷한 처지의 3명을 만났는데 한 명과는 교류가 거의 없었다. 어쩌다 나를 포함해서 3명만이 어울렸다.


영상에서 그렇게 찍은 것도 크고.. 뭐 그러다 보니 한 명은 영상에도 거의 안 담겼던 거 같다. 슬픈 일인데 뭐, 내가 감독도 아니고 어떻게 해.


문제는 여기서 생겼다. 촬영이 끝나고 카페 사장은 모기지떡을 갖고 가라고 했다. 사장은 내게 몰래 갖고 가라는 말을 남겼다. 난 모기지떡이 당연히 4개인 줄 알았다. 배우가 4명이니 말이다. 그런데 3개였던 거다. 나는 배우들에게 


사장님이 떡 하나씩 몰래 갖고 가래요


라고 전달했는데 난처해진 거다. 사람은 4명인데 떡은 3개..! 물론 떡을 주신 사장님껜 너무 감사하지만 

내 입장이 난처해졌다. 영상에 거의 담기지 않은 소외되었던 배우 한 분이 자긴 안 받겠다고 했다. 그 얘기에 미안해졌다. 사실 난 양보할 생각이 없었거든..


뭐 그랬다. 나이는 98년생 하나, 99년생 하나, 00년생 둘이었다. 난 99년생인데 이젠 내가 막내가 아니게 되었다.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 어딜가든 난 막내였던 거 같은데 이젠 나보다 어린 애들도 있구나.


뭐 이런 떡 얘길 하려는 건 아니고

만나던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진지하게 할 얘기가 있다고.

예견되는 멘트였고

전화를 하자 역시나 다르지 않았다. 헤어지자는 말을 쉽게 내뱉지 못 하는 그였고


난 생각할 시간을 가지자고 했다. 뭐 생각할 시간을 가진다고 변하는 건 없을 거다. 그리고 생각할 시간을 갖고 다시 만난다고 해도 다시 그 문제에 봉착하겠지. 뭐 그렇게 우린 휴전도 전쟁도 아닌 애매한 상태가 되었다. 실상은 아마 끝난 사이겠지. 그렇게 며칠 째 아무 연락도 하지 않고 있다. 아니 정확히는 내가 카톡 하나를 보내긴 했다. 그 카톡에 달리는 공감 표시만이 답장이었고


오늘부턴 쭉 연습이다. 연습실에서 매일 연습이 잡혀 있다. 싫다. 아침엔 강남에서 오디션을 보고 왔다. 2인 1조였는데 지정대본을 어젯밤에 받았다. A와 B가 있었고 역할은 현장에서 랜덤 배정이라고 했다. 그래서 이게 뭘까.. 둘다 분석하긴 싫다고 중얼거리며 대본을 읽었다.


당일에 도착하니 서로 번갈아가며 A와 B를 할 거라고 했다. 같이 참가했던 사람은 98년생으로 나와 이름도 비슷했다. 내가 원했던 헤어스타일이기까지 했고 남자다움이 물씬 느껴지는 분이었다. 잘했는진 모르겠다. 그냥 했다. 끝나고 나가는 길 그는 담배를 핀다고 했다. 그래서 난 혼자 역으로 갔다. 얘기라도 좀 나누면서 역으로 가고 싶었는데


2차 오디션 때 또 뵙게 될지 못 뵐진 모르겠다. 그냥 뭐 연이 닿으면 언젠가라도 뵐 테고 아니면 아닌 거니까. 이런 기러기 같은 생활에 익숙해지고 있다. 이 촬영이 끝나면 저 촬영으로 가야하니까. 어딘가에 정 준다는 건 결국 나에게 있어서 손해에 가까웠으니까.


나는 현장에선 텐션을 높이는 편이다. 그래야 사람들이 좋아했던 거 같다. 옛날처럼 한 마디도 안 하고 그러면 사람들이 별로 좋아하질 않았던 거 같다. 그래서 가서도 또 연기를 한다. 카메라 앞에서뿐 아니라 밖에서도.


요즘은 바빠서 다행인 거 같다. 진짜로.. 

생각할 시간을 갖자는 상황이 달가울 정도니까. 아마 이렇게 자연스럽게 둘다 잊어가겠지. 

작가의 이전글 아옳옳옳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