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일기
쉬는 날이 연속되니 슬슬 잔고가 걱정된다. 아니, 정확히는 뭐라고 할까.. 뭐라도 해야할 것 같은 느낌이랄까? 이번 주 토요일엔 몽골을 간다. 그래서 무슨 일을 하기엔 애매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친구를 만나서 놀자니 난 친구가 적은 편이다. 연락해서 놀 친구가 없다.
이럴 때면 동호회나 오픈 채팅방을 본다. 저기에 모이는 사람들은 나같은 사람이겠지. 이분들도 친구한테 연락하긴 그래서 모르는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 저런 곳을 기웃거리는 걸까.
장강명의 에세이를 읽고 있다. <5년만의 신혼여행>인가. 몽골을 가기 전에 여행에 대한 의욕을 좀 상승시키기 위해서다. 부모님과 함께 가는 여행은 달갑지 않다. 달갑지 않다는 표현이 너무 애매하지만 그 동안의 쌓인 빅데이터가 증명한다. 부모님과 가면 불편하다.
일단 첫 번째로 의상부터 신경 쓰인다. 옷도 아무거나 걸칠 수 없다는 점. 또 다른 이유는 타투 때문이다. 타투를 가리기 위해서라도 의상에 신경이 많이 쓰일 수밖에 없다. 타투라고 해봤자 레터링에 5cm 정도의 작은 거지만 보여서는 안 되니까.
모두투어를 통해 가는 거라 가이드도 있고 내가 신경 쓸 건 없겠지만 온전히 자유를 만끽할 여행도 아니란 뜻이 된다. 내가 바라는 여행은 사실 자윤데. 그냥 아무 생각도 안 하고 그 나라에, 그 문화에, 그 장소에 동화되고 싶다. 그래서 내가 가장 좋게 기억하는 건 미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당일 날이다. 그날 처음으로 마음대로 여행을 즐겼다. 혼자서 버스를 타고 다운타운에 갔고 다운타운을 즐겼다. 영화도 집에 돌아갈 걱정도 사람들 걱정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폰엔 유심도 없어서 데이터도 되지 않았다. 순전히 내가 기댈 건 아무것도 없었고 어떤 연락도 반 나절 동안 하지 않았다. 그게 너무 좋았다.
태생이 이런 터라 단체 생활과는 맞질 않다. 오늘은 오랜만에 해가 떴다. 맑은 하늘을 보자 빨래 돌리기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마 철엔 빨래 걱정만이 앞서는 자취생이라니
낭만은 다 뒤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