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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호 Jul 11. 2024

Angora

그냥 일기

가시 같던 내 모습을 봐


이제는 나완 다른 것 같아 아예


난 왜 그랬을까 뾰족한 내 맘을 안고


모든 걸 이룬 그 순간 내게 남은 건 뭘까


(중략)


아무런 생각도 하지 마


가만히 다 괜찮아지니까


Angora 한 줌에 i get high


새까맣던 세상이 사라진다


무뎌진 나를 위해


숨어있는 어둠을 걷어차고


가면을 벗어 치우고


희미해져가는 먹구름을 피해


이젠 bye



판다곰의 Angora (feat. 짱유)라는 노래 가사 중 일부다.

아침부터 이 노래를 들어서 그런지 생각에 잠긴다. 어젠 새로운 사람을 만났다. 얘기만 나눴던 사람인데 문자 너머로도 느껴지는 건 순수함이었다. 순수하다는 건 어느 순간 신기한 게 되었다. 최소한 나한텐 그랬던 거 같다.


건대를 실로 오랜만에 거닐었다. 일감호를 한 바퀴 산책하자 옛날 생각이 났다. 옛날 생각은 현재를 방해하는 것에 불과한 것 같은데


나는 여전히 모질지 못했다. 세상을 잘 살려면 사람이 좀 약아야 했는데

그게 너무 어렵다. 언제까지고 언제까지나 잘 모르겠는 것 투성이고


공연을 하나 올린다고 삶이 버라이어티하게 바뀔 거로 생각은 안 했지만 목표를 잃은 느낌이다. 다음 역을 향해서 꾸준히 걸어야 하는데 종점에 도착했다는 착각을 한 기분이다.


요즘 내 음악의 플레이리스트는 경제환이 대부분이다. 경제환의 덤덤한 목소리는 노래처럼 들리지 않아서 좋다. 노래는 듣고 싶지만 노래가 아니었으면 하는 모순에 어울리는 노래가 많다. 그게 내 취향이 됐다. 노래방에서 산들의 <취기를 빌려>를 불렀지만 이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노래가 아니었다. 음치인 나에겐 불가능한 노래였고


그래서 더 덤덤한 노래를 찾게 됐다. 음정이 낮은 건 없나, 부르기 쉬운 건 없나. 근데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는 게 맞지 않나? 생각이 들 때쯤


노래방을 잘 가지 않았던 거 같다. 마음 맞는 친구가 있으면 가는 정도가 됐다. 그래도 요즘은 노래방에 가면 내가 부르고 싶은 걸 부른다. 그래도 아예 못 부르면 섭하니까 연습한 곡 하나 정도는 부른다. 


어젠 건대를 갔고 오늘은 홍대를 갈 예정이다. 무슨 대학교 투어마냥 이러고 있지만 번화가의 운명이랄까. 홍대에서 모이자는 공연 팀에 내 의견은 중요하지 않았다. 사실 멀어서 좋아하질 않는다. 홍대를 가려면 1시간이 좀 더 걸리니까. 


어젠 건대에서 오래 있었다. 정말 오래오래. 막차를 타고 집에 돌아왔으니까. 막차엔 사람들이 많았고 청년들이 눈에 들어왔다. 술을 가득 마신듯한 사람들부터 피곤에 절어보이는 사람까지. 수요일 막차는 이렇구나. 


막차를 타고 돌아온 것도 오랜만에 있었던 일이다. 정말 오랜만인 거 같다. 놀 친구도 없었고 만날 사람도 없었으니. 그렇게 시간은 흘러서 벌써 7월이 됐다. 낮은 너무나 무덥고 그래도 파란 하늘이 그리웠다가도

그래도 이건 너무하다 싶을 만큼 덥다가도

그래도 비 오는 흐린 날보단 낫지 않나 싶은데

그런 모순 사이에서 바라본 파란 하늘은 달갑다. 나 파란 하늘 좋아하네.


몽골에 가면 아무 생각없이 파란 하늘을 보고 싶다. 수평선을 계속 보고 싶다. 지평선을 보고. 뭐, 그렇게 멍때리다 부모님이든 가이드든 내게 말을 걸겠지. 낭만은 역시 생각으로만 존재해야 낭만적인가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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