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일기
하루하루가 지나는 게 익숙해진다는 건 나이가 들어간다는 걸까. 옛날엔 1년이 지난다는 게 엄청 큰 의미였는데 요즘은 별 타격이 없다.
그럼에도 어떤 하루엔 비상계엄령이 있었고
똑같은 하루라고 하기엔 너무 많은 일들이 벌어진 날도 있었을 거다. 인스타 디엠 창을 들어가자 공개 문구에 적어둔 누군가의 글이 눈에 띄었다. 엄마가 죽었다, 잊지 못할 날이다.
누군가한텐 국가가, 누군가한텐 자신의 엄마가, 세상은 신호등 바뀌듯 잠깐의 쉴 틈도 없이 흘러간다는 사실만이 변함 없었고
조별과제를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선 팀장이 참석 거부를 공고했다. 좋은 아침이라는 문구와 함께.
회의에 참석하지 못 할 것 같다는 팀장의 카톡에 나는 놀라움 표시를 하려다가 말았다. 체크 표시를 할까 하다 그냥 눈물 흘리는 임티를 눌렀다. 그래, 기대는 안 했다만
양심은 지켜야하지 않을까. 뭐, 본인도 팀장이 되고 싶었던 건 아닐 테니
대통령도 탄핵한다고 하는 시대에 팀장 정도는 하야 못 시키나.
12월도 이러다가 어느새 끝날 거다. 춥다고 춥다고 외치다 보면 겨울이 끝날 테고 그러면 2025년의 봄을 맞을 거고
나는 작년보다 더 나은 올해가 되길 바랄 테고
바디로션을 바르지 않은 탓인지 몸이 전체적으로 푸석해졌다. 샤워 후에 보습을 잘 해줘야 한다는데 귀찮은 건 하릴없다. 이럴 땐 대신 발라주든 알아서 보습이 되면 좋겠다. 스킨로션은 습관이 되서 그런가 별로 귀찮지 않은데 이상하리만큼 바디로션은 귀찮다.
비상계엄령보다 무서웠던 건 내일 국내 주식이었다. 난 소시민에 불과해서 내 돈이 더 중요했다. 오르는 엔화와 달러를 보고 막막했다. 15일엔 일본 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엔화가 오른다니? 아직 환전도 못 했는데. 새벽 동안 고민했다. 더 오르기 전에 사야할까. 계엄령이 계속 유지된다면 엔화는 더 오르겠지?
통장에 남은 돈을 보자 막막했다. 아, 나 돈이 없구나. 환전할 돈도 없이 난 뭐라고 한 거였을까.
있지도 않은 돈을 가지고 환율이니 그런 걸 고민한 거였다. 근데 나 여행 가야 하는데 왜 돈이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