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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 시즌

그냥 일기

by 수호


그래도 브런치 독자들이라면 알지 않을까. 신춘문예 시즌이었다는 걸. 정확히는 과거형이다. 내일 있을 강원일보를 마지막으로 신춘문예 시즌은 끝이 난다. 정확히는 아니다. 광남일보 등 아직 다른 신문사에선 접수를 받으니까. 하지만 많은 신문사는 저번 주를 끝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강원일보는 13일까지다. 그러니 사실상 오늘까지가 마지막이라고 할 수 있다. 빠른 등기로 보내도 오늘 17시 안에는 접수해야 하니까. 그렇게 1월이 되면 당선된 수십 명의 작가들이 보일 거다. 그 중엔 아는 사람도 모르는 사람도 매년 그랬듯 나올 거고.


아는 사람이 나오면 항상 느낌이 이상하다. 괜히 심사평을 보게 되고 당선소감을 읽게 된다고 할까. 아마 이번에도 나는 힘들 거다. 이건 자신감이 없는 것도 부정적인 것도 아니다. 그냥 객관화가 잘 된 케이스랄까.


프로젝트는 어느덧 끝이 보인다. 진짜, 어쨌거나 해는 뜨듯 끝이 보인다. 나이 먹고 조별과제가 더 힘들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도 이번 조별 과제를 통해 다시금 느꼈다. 세상엔 다양한 사람이 많고 나는 여전히 편협한 사람이었다는 걸.


처음엔 팀장이 이해되지 않았고 답답했다. 그런데 얘기를 나누며 알게 됐다. 그냥 서툰 사람이었다는 걸. 그게 미안했다. 괜히 모질게 굴었고 툭툭 말을 내뱉었던 것 같다. 악의가 없는 사람한테 나는 여전히 못난 사람이었다. 그냥 한국 사회에 내가 더 잘 적응했을 뿐일 텐데.


프로젝트를 진행함에 있어서 면담이 따랐다. 어제 면담을 줌미팅으로 진행했다. 관계자는 내게 조별 과제 진행에 대해 물었다. 대답하기 싫었다.


돌려서 말하려고 했지만 그것이 더 어려웠다. 대충 알아들었을 것 같았는데도 계속 유도 심문이 왔다.

흠.


사실 나도 잘하진 않은 거 같은데 어떤 얘기가 오가는 게 의미가 있을까.


많은 글쟁이들이 이번 신춘문예에 투기를 했을 거다. 불교신문사를 갔다 온 저번주. 편집국? 안에는 수많은 등기 서류가 보였다. 저게 다 투고 작품이겠지. 막막했다. 저 중에 하나만 당선되는 거니까. 몇 백 편이 와도 등단자는 한 명이니까. 이렇게 보면 정말 등단하는 사람한텐 박수쳐야 마땅하다.


난 박수 한 번 제대로 쳤던 적 없는 것 같다. 맞다, 오늘 내 글의 컨셉은 회고록이자 참회록이다. 나는 부끄러운 인생을 살아갔던 것 같다. 등단한 친구를 시기하기까지 했으니까.


올해는 처음으로 희곡 부문에 도전한다. 사실 시에서 나의 한계를 느꼈기 때문인 것 같다. 더는 낼 작품도 쓸 글도 없었다. 그렇게 극작을 도전하는 건데 뭐, 기대를 한다면 그건 거만한 거겠지. 올해 시작해서 바로 성과를 내길 바란다는 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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